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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Aug 29. 2021

로니 혼, '당신은 날씨다'

[카카오플백30일]매일현대미술 감상하기16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1994년 7월과 8월, 작가 로니 혼(Roni Horn)은 마그레트라는 여성과 함께 아이슬란드의 온천을 찾았습니다. 작가는 그녀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죠. 마그레트는 물에 들어갔고, 작가는 몸을 목까지 담근 그녀의 얼굴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느 날은 화창하고, 흐리거나, 안개가 내려앉은 날도 있었을 것입니다. 로니 혼은 이 여자의 얼굴 중 정면 사진만 무려 1백 장을 추렸고, 이런 제목을 붙였습니다.  



‘당신은 날씨다(You are the Weather)’ 


그녀의 눈에 비친 태양, 머리칼의 방향과 입술의 물기, 바람 때문에 눈을 희미하게 뜨거나 고개를 약간 삐딱하게 한다거나 온도와 빛, 수증기, 바람 등의 날씨로 인해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1백개의 미세한 차이가 바로 로니 혼이 말하고 싶었던 ‘변화하는 날씨’입니다.  



그런데 왜 작가는 ‘그녀(She)’가 아니라 ‘당신(You)’라고 했을까요? 


국제갤러리에 전시된 이 작품을 보면서 저는 왜인지 그녀가 마치 나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고, 응시하고, 고개를 삐딱이는 듯 느껴졌습니다. 나와 너로 마주하는 것처럼요.  


작품을 보는 이 순간, 바로 내가 그녀의 ‘날씨’가 되는 셈인 거죠. 저는 날씨처럼 영향을 주는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

작품 도록을 찍은 영상이에요. 작품의 느낌을 잘 전달해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YHR62eIlFs


국제갤러리에 함께 전시되었던 로니 혼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유리로 만들어졌지만, 마치 물이 가득 들어찬 느낌을 주죠?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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