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일기
주말에 읽을 책을 고르다 책에 꽂힌 명함을 발견했다. 아마 인사를 나누고 가방에 있던 책에 꽂은 듯 싶은데, 이 분은 몇 달 전 돌아가셨다. 이 시집이 작년 9월 말 출간되었고, 일년 새 나는 명함과 부고를 같이 받은 셈이다.
사오 년 전에는 클라이언트 미팅을 한 시간 앞두고 미팅 담당자의 부고를 받은 적도 있다. 담당자는 그날 아침 나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늘 느끼지만 죽음은 물리적이든 정서적이든 가까이 있다. 자주 나의 죽음을 생각한다. 장례식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현실부터 지금 죽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자기만족까지. 미리미리 마인드맵도 그려보고 시뮬레이션도 해본다. 삶에 연습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언젠가 "사람은 죄를 짓는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우리는 모두 죽을 죄를 지었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었다. (죽을 죄를 더 크게 지은 사람들이 머리에 잔뜩 떠오르지만) 모두 죽고 모두 죄를 짓는다는 진리가 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