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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Nov 03. 2018

식물원, 39

30일 시필사

먼바다를 헤엄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것을 만나게 됩니다. 이게 나를 죽일 수도 있구나 생각하면 다시 바다에 나가는 일을 망설이게 되죠.


세상에 혼자 남겨졌을 때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하면


위로가 되던가요?


여기 두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사랑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망설이는 사람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39', 유진목, 『식물원(아침달)』


유진목 시인은 '시인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식물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입장료는 1만 원이며

제한시간은 없습니다.


입구와 출구가 다른 곳에 있으니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번호로 나열된 하나의 꼭지에는 복숭아나무, 신나무, 자귀나무 같은 것이 붙어 있다. 39라고 적힌 위 시에는 유목(流木, 물 위에 떠다니는 나무)이 붙어 있다. 처음에는 표지가 예뻐서 눈길이 갔다가, 펼치고는 난데없는 사진들, 이것이 사건인가, 하며 읽다가 두세 번 책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이에 시인의 힌트를 발견한 것이다.


이 시집의 '32', 아래 문장을 보고 나의 우뇌는 반해 버렸다. 그리고, '자귀나무'라는 힌트를 보고 좌뇌는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는 너처럼 고운 빗을 가지고 있었어. 그걸로 내 머리를 빗겨주었거든. 널 보면 그때 생각이 나."


올해 가장 아름다운 시집은 유진목 시인의 식물원.


#유진목 #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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