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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Nov 12. 2018

사바나 초원에서 만나면

30일 시필사

봄은;

기린이 되고 싶은 고양이

초원을 달리는 바람의 고양이가 되고 싶은 고양이

누구의 시선에도 걸리지 않는 나무 위의 고양이

구름 속의 고양이

달빛을 뛰어넘는 바람 고양이.


여름은;

멈추고 싶은, 잠들고 싶은 고양이

뜨거운 고양이가 되고 싶은 고양이.


가을은, 겨울은, 또 봄은;

두 귀에 붉은 꽃이 돋아나는 고양이

사람의 구두를 신은

반쪽 고양이.


사바나 초원에서 만나면

함께

물 마시자.


「사바나 초원에서 만나면」, 박상순, 『슬픈 감자 200그램(난다)』



고양이가 싫다면, 물고기를 넣어도 되겠지. 아니면 고라니, 수달.

그래도 고양이가 제격인 듯.


차가운 공기는 밀도가 높아져서 그런가. 온도가 내려가면서 사이사이 침묵의 무게가 부담스럽다. 카톡과 나 사이, 아지트와 나 사이, 파워포인트와 나 사이, 사장님과 나 사이에서, 침묵을 못 견디고 자꾸만 한 마디씩 보태고 후회한다. 속으로 질문한다.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건가.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건가.

나는 유능한가.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는 친밀한가.


그러니까, 내멋대로 사는 고양이인데, 그런데도 사바나 초원에서 만난다면, 함께 물마시고 싶어지는 이 알다가도 모를 내 마음.


시는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있다. 시라는 것은 마음이니까. 느낌이니까. 오늘 시일기도 느낌적인 느낌인 것으로!


#사바나초원에서만나면 #박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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