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시필사
창가에서 해변으로
꽃이 걸어가는 시간 쪽으로
생겨나지 않은 발을 쓰며
돌이 굴러간다
해변에서 물속으로
돌이 헤엄치는 시간 쪽으로
사라진 지느러미를 쓰며
꽃이 흔들린다
헤어진 사람들은 만나지 않는 길을 아름답게 빛낸다
문장은 사라지며 발을 내밀어라
문장은 사라지며 지느러미를 흔들어라
「발과 지느러미」, 신영배,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
업무용 주니가 너무 불쌍해서 일상용 연주가 정성들여 펜을 들어 시를 옮겨 보았다. 문인들이란 본디 이렇게 화를 삭이고, 잉크에 스트레스를 꾹꾹 묻어 버리는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분이 가시지 않아 내일 것도 정성을 쏟아 보련다.
#발과지느러미 #신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