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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Nov 17. 2018

우편엽서

30일 시필사

「우편엽서」, 기욤 아폴리네르, 황현산 옮김,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이 시에 대한 주석]

"1915년 8월 20일 앙드레 루베르에게 보내는 엽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상형시. 무료 군사 우편 엽서의 틀 위에 병사들 간에 일상 소식을 전하는 형식의 이 상형시는 입체파 미술의 콜라주 형식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중략)

소인 옆에 적힌 "수취인 불명 시엔 투명한 길"은 수취인이 이미 사망했거나 실종됐을 때는 태워버리라는 뜻이다."

 


펜으로 뭔가를 쓰는 건 굉장히 귀찮다. 초등학교 시절 4년, 중학교 시절 3년 동안 동네 서예학원에서 붓으로 구양순체를 썼다. 예쁜 머리끈을 탐내는 나이가 되면서부터는 어느 옷에든 튀어있는 먹물이 싫었고, 늘 까만 내 손톱 밑이 싫었다. 그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펜글씨도, 붓글씨도 잘 쓰지 않는다. 내가 쓴 메모는 나만 알아본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종종 교수님이 '필사'를 과제로 내주곤 했다. 그때 '필사'는 펜으로 옮겨 적는 게 아니라, 시인의 시를 교묘하게 내 식으로 바꿔 써보는 일이었다. 이 필사는 손목이 아닌 머리를 많이 써야 했다. 가장 쉬운 상징을 찾아야 했고, 패턴이 눈에 잘 보이는 시. 열심히 뒤지고, 열심히 읽었다. 아! 그래서 교수님은 이것을 과제로! 


어찌되었든 옮겨 적기를 한다면, 한 번은 기욤 아폴리네르의 상형시를 써야지 맘 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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