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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Mar 21. 2019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교수의 강연집, 인플루언서 옮김

며칠 전에는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었다. 옥스포드대 수학과 교수인 김민형 교수가 강연한 내용을 출판사 인플루언서 편집부가 옮긴 책이다. 많은 소개글에는 사칙연산만 해도 읽을 수 있는 ‘수학책’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학책이 아니라 수학 교양서이긴 하지만 초입부터 현대 물리학의 중요한 이론인 ‘빛의 입자-파동’에 대한 논란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며 이건 까먹지 말고(곧, 까먹겠지만) 써먹어야지 하는 몇 가지 대목이 있어 옮겨 적는다. 


“좌표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표현법입니다. 데카르트가 바로 이 표현법을 만들어냈는데” 


“지능이 굉장히 높은 여자들은 대부분 자기보다 지능이 낮은 남자와 결혼한다고 해요. 통계적으로 그렇다고 합니다. 왜 그럴 거 같아요?… 정답은 바로 ‘확률적으로 대부분 남자들이 지능이 굉장히 높은 여자보다 멍청하니까’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체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뭔가 사회적인 편견에 입각해서 답을 찾게 되지요.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답을 할 때 도덕적으로 그릇된 답을 피할 수 있는 사고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왜냐하면 질문이 의미 있어야, 그 질문의 결과가 의미 있는 결과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어릴 때 나는 수학을 진정한 학문의 서정시가 아닐까 생각했다. 수학 시험지를 받을 때마다 언제나 이 빈 여백을 채우는 것은 각자의 몫이구나 생각했고, 슬픔과 한탄, 자조. 그리고 자기 연민 같은 복잡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AI니 화성이니 이런 말이 등장할 때마다 ‘수학’은 그야말로 이 시대의 서사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학이 없었다면, 일단 나는 이 글도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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