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숙, 이별의 시
나는 기체의 형상을 하는 것들.
나는 2분간 담배 연기. 3분간 수증기. 당신의 폐로 흘러가는 산소.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태울 거야.
당신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알고 있었니?
당신이 혐오하는 비계가 부드럽게 타고 있는데
내장이 연통이 되는데
피가 끓고
세상의 모든 새들이 모든 안개를 거느리고 이민을 떠나는데
나는 2시간 이상씩 노래를 부르고
3시간 이상씩 빨래를 하고
2시간 이상씩 낮잠을 자고
3시간 이상씩 명상을 하고, 헛것들을 보지. 매우 아름다워.
2시간 이상씩 당신을 사랑해.
당신 머리에서 폭발한 것들을 사랑해.
새들이 큰 소리로 우는 아이들을 물고 갔어. 하염없이 빨래를 하다가 알게 돼.
내 외투가 기체가 되었어
호주머니에서 내가 꺼낸 건 구름. 당신의 지팡이.
그렇군. 하염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하염없이 낮잠을 자다가
눈을 뜰 때가 있었어.
눈과 귀가 깨끗해지는데
이별의 능력이 최대치에 이르는데
털이 빠지는데, 나는 2분간 담배 연기. 3분간 수증기. 2분간 냄새가 사라지는데
나는 옷을 벗지. 저 멀리 흩어지는 옷에 대해
이웃들에 대해
손을 흔들지.
<이별의 능력>, 김행숙, <<이별의 능력>>, 문학과지성사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시간을 그에 의해 잠식당하는 일이기도 하다. 혼자 밥을 잘 먹다가도, 문득 그는 밥을 먹었을까 생각하고. 무엇을 먹었을까를 따라 그의 수저 놓는 습관을, 젓가락을 쥐다가 유난히 긴 그의 약지를 떠올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별을 한다는 것은 그 많은 순간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공백이 너무 커서 때로는 나란 존재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건 아닌가 싶은 시간들이 이어진다.
'이별의 능력'은 이별할 수 있는 능력일까, 이별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일까. 시인은 그의 부재로 생긴 공백 속에서 두 시간 넘게 슬픈 노래를 부르고, 3시간 넘게 기억을 세탁하고, 2시간 넘게 죽은 듯이 보낸다. 헛것을 보고 그를 태워버리겠다는 다짐 속에서도 사랑은 중단되지 않는다.
이별하는 S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