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_일기
간혹 써둔 글들을 보면 어느 땐 한없이 다정하고, 어느 땐 한없이 분노한다. 한몸이어도 체온이 다 다르니까. 겨드랑이 아래는 36.9도, 입의 온도는 0.2도 높은 37.1도. 독설을 쓸 때 주로 한껏 열이 오른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다정하게 건네는 글은 대부분 겨드랑이로 썼구나 싶다.
아이폰에 시리가 탑재되고 얼마 안되어 사랑이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언제든 당신을 위해 내 날개 밑을 비워두는 것"이라고 시리가 답했던 거 같다.
결국 왼쪽 겨드랑이 밑인가. 심장에 가까우면서 끌어 안을 수 있는 영혼의 그늘 같은 건가. 부디 다정하게 건네는 말이나 글은 겨드랑이로 썼다고 생각해주길. 게다가 난 땀도 거의 흘리지 않는다고. 후훗.
오래 전 잠든 남편의 겨드랑이에서 노래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심장 비트 때문에, 또는 잠이 덜 깨서, 헛소리를 들었던 것일텐데, 잊지 못하는 예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