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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Nov 08. 2018

우물

30일 시필사

우물은,

동네 사람들 얼굴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우물이 있던 자리

우물이 있는 자리


나는 우물 밑에서 올려다보는 얼굴들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우물 」, 이영광, 『나무는 간다 』, 창비시선 366



이 시는 읽을 때마다 오싹한다. 어린 시절 우물 안을 들여다 보던 일, 그 어두운 바닥에 거울처럼 얼굴이 비치던 일, 저 속으로 떨어질까 아득해지던 일, 이런 것들이 떠오르며 오싹하는 것이다.


커서는 마음에도 우물 하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쁜 마음을 먹을 때마다, 하나둘 없애고 싶을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는 것을. 그 속에서 또 그것을 목격하는 내 얼굴도 있다는 것을.


#우물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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