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연주 Mar 15. 2020

카카오내비 카플레이 런칭기

2018. 09 런칭이 곧 업데이트 시작!

2018년 9월 15일,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카카오내비 첫 번째 버전이 업데이트 되었다. 9월 14일 iOS 12 GM(출시 전 최종 버전) 버전이 릴리즈된 직후였다. 이것은 전세계 서드파티 내비게이션 앱 중 첫 번째 출시기도 했다. (구글맵은 iOS12가 공식 릴리즈 된 이후 카플레이 지원 버전을 업데이트 하였다.)


카카오내비의 카플레이 경로 보기 화면


한국 시간으로 6월 7일 새벽 2시, 카카오내비 개발팀 테즈는 WWDC 2018 라이브를 보면서, 카플레이 서드파티 내비게이션 오픈 발표 내용을 캡처해 내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 주요 내용을 공유했다. 그리고 그날 아침 내비팀은 회의실에 모였다. 서비스 기획자인 나, 디자이너, 개발자 3명이 전부였다. 간략히 WWDC 2018 내용을 공유하고, 미리 준비된 것처럼 다들 “자, 시작하죠” 하더니 그날부터 정말 카카오내비 카플레이 개발이 시작되었다.


WWDC 2018과 함께 
시작된 
카플레이 카카오내비 개발


분주하게 애플 카플레이 UI 가이드가 공유되고, 카플레이 개발 자격을 얻기 위한 요청 문구를 준비하고, 우루루 테스트 차량에 몰려가 애플맵을 카플레이로 실행해 보며, 짧고 간단하게 기능 논의를 했다. 그리고 퇴근 직전, 테즈는 애플의 오픈 소스를 활용하여 카플레이 앱 리스트에 카카오내비 앱을 올렸다. 6월 7일,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6월 7일 "이제 절반은 끝난 것 같아요"라는 농담과 함께 올려진 화면


일주일 후인 6월 13일이 되어서야 developer 계정 승인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기능 개발은 기획자가 발의, 설계한 후, 개발자가 기술 검증을 하고, 디자이너가 UI 디자인을 하면, 개발자가 개발에 들어간다. 하지만 카카오내비팀은 기능 추가나 UI 개선에 있어 누구나 문제의식을 갖는다면 발의할 수 있다. 게다가 5~6명에 불과한 인원이 짧은 시간 동안 개발해야 하는 카플레이는 더더욱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따를 필요가 없었다. 


초반 2-3주는 각 파트에서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즉, 디자이너가 애플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시안을 잡고, 기획자는 주요 기능과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동안 개발자도 개발 가이드에 맞춰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식이다. 문서대신 짧은 기능 리스트가 공유되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던 것은, 각 파트에서 해당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각자 아웃풋이 나오면 회의실에 모여 짧게 구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했다. 기능에도 수시로 변동이 생겼다. 애플의 iOS 12 베타 버전 숫자가 올라가면서 없던 버튼이 생기기도 하고, 되던 기능이 막히기도 했다. 변화가 생기면 카톡으로 공유하고 잠깐씩 회의를 진행했다.  


'뒤로'가기 버튼이 없었으나, iOS12 베타 3에서 추가되었다.


그리고, 7월 13일 안드로이드 오토가 한국에 런칭했다. Android Auto를 단독으로 지원하는 내비게이션 앱인만큼 카카오내비도 큰 주목을 받았다. 덩달아 경쟁 서비스인 티맵의 기사도 여럿 눈에 띄었다. 그중 “SKT, 애플 협업 가능성” 이런 헤드라인은 사정을 아는 사람들에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대부분 SKT가 누구보다 빨리 카플레이 버전을 내놓겠다는 내용이었던지라, 우리도 결의를 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개발은 계속되었고 8월 초가 되자, 스케줄을 정해야 했다. 애플은 모든 일정을 선공개하지 않으므로 iOS 12 릴리즈 일정도 커뮤니티에 떠도는 루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9월 말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었다. GM(출시 전 최종 버전) 버전과 공식 버전이 대략 일주일 차이를 두므로, 빠르면 9월 중순에 GM 버전이 출시될 거란 전망이었다. 


iOS 업데이트 예상 시점에서 역산, QA일정까지 고려하면 8월 말까지는 1차 개발이 완료되어야 했다. 다만 개발 완료 전, 실사용자들의 의견이 필요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도그푸딩 지원자를 모집했다. 이것은 비단 런칭뿐 아니라 런칭 이후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도그푸딩(Dogfooding)은 “Eat your own dog food”라는 뜻에서 파생된 말로, 새로운 서비스가 생길 때 내부 직원들이 먼저 사용해보고 의견을 받는, 일종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다. 


안드로이드 오토 지원 카카오내비 역시 런칭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도그푸딩을 진행했었다. 폰 앱과 달리, 카플레이 지원 차량을 소유하는 자차 출퇴근 직원이어야 했으므로 테스터 대상은 넓지 않았다. 하지만 카플레이는 차량 제조사(OEM), 그리고 차량 헤드유닛의 모델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으므로 테스터의 수보다는 다양한 차종이 우리에게는 더 중요했다. 


주행 테스트 시에는 오류 화면을 캡처하거나 녹화를 해두곤 한다.


신중할 것, 
서두르지 말 것


테스터를 자청한 직원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몇 가지 정책들이 변경되었다. 주행 테스트를 통해서도 몇몇이 보완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개발이 애플의 개발 가이드에 따라 만들어져야 하므로, 구현이 가능하더라도 애플의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면 무의미했다. 애플 개발자에게 직접 우리의 UI 화면을 이메일로 보내 의견을 들었다. 물론 애플의 특성상 구체적인 답변보다는, 애플 가이드에 있는 핵심 정책을 거론하며 참고하라는 피드백을 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런칭 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사 리스크를 줄이는 요소가 된다. 


이 와중에 9월 12일, 애플의 신제품 행사가 결정되었다. GM 버전이 릴리즈 된다는 소식이었다. GM 버전이 릴리즈되면 우리는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앱 업데이트 버전을 심사 요청할 수 있다.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었다. 


1. 현재까지 개발된 기능을 모두 넣고 심사 요청

2. 애플 개발가이드에 보수적으로 접근한 기능 수준에서 심사 요청


1번은 거부*될 가능성이 높지만 심사에 통과된다면 한국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2번은 심사에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카플레이를 서드파티 내비게이션 앱에 오픈한 처음이므로 보다 더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정적인 런칭을 위해서 당연히 2번을 택해야 하겠지만, "만약 경쟁 서비스가 자사의 핵심기능들을 넣어 심사에 통과한다면?"과 같은 내적 불안이 있었다. *참고. 일반적인 앱 거부 사유


그때, 개발자 렉스가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준비된 앱을 업데이트하면 된다."   


iOS 12 GM 버전이 9월 13일 릴리즈 되고, 우리는 보수적으로 준비한 카플레이 지원 버전 카카오내비를 심사 요청했다. 도그푸딩에서 우리가 생각지 못한 여러 이슈들을 점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빨리 실행하고, 사용자 피드백으로 빨리 보완하자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심사 요청을 한 후 밤 사이, 애플 쪽에서 "카플레이 카카오내비 앱 우측 하단에 나오는 0~5의 숫자는 무엇인가?" 하는 문의가 왔다. "속도 표시이며 한국 사용자들은 구간단속 등에 굉장히 민감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답을 보내고 또 기다림이 찾아왔다. 미국에서 심사 과정이 진행되므로 시차 때문일 수도 있었다.  


 9월 15일 토요일 아침 10시, 개발자 테즈가 프로젝트 단톡방에 카톡을 보냈다. 
"심사 통과되었습니다! 출시합니다." 


실제 앱스토어에서 업데이트를 확인하기까지는 또 4-5시간이 걸렸다.  

앱스토어에 배포된 첫 번째 카플레이 지원 카카오내비




린(Lean) 스타트업에선 
빨리 실행하고, 
빨리 성공(실패)하면서 
배운다. 



사실 GM 버전은 iOS 12도 공식 버전이 아니므로, 우리는 토요일 오후도 최종 배포된 버전의 주행 테스트를 판교 근처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그 1-2시간 사이에도 카카오내비 카플레이 사용후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발견한 후기다. 


카카오네비 카플레이 간단 후기 : 클리앙 


카플레이 버전 업데이트 소식도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저녁 무렵에는 클리앙이나 보배드림, 네이버 차 관련 주요 커뮤니티에는 관련 후기들이 줄을 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 경쟁사 카플레이 지원을 기다리는 사용자들의 의견도 눈에 띄었지만, 그와 상관없이 카카오내비 카플레이에 대한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궁금했다. 


[독자 기고]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카카오내비, 써봤습니다.


뜨거운 관심과 동시에 여기저기 제보와 CS들도 함께 도착했다. 

페라리 차량에서 메뉴명이 겹친다는 사용자 의견


정말, 런칭이 곧 시작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가장 처음으로 출시한 카플레이 서드파티 내비게이션 앱이라는 기쁨보다 빠른 '버그 픽스'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또 우려했던 대로 기존 폰 내비앱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간결한 카플레이 버전에 대한 불만들도 눈에 띄었다. 


9월 17일 월요일 오전 10시, 다시금 프로젝트 인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선 주말동안 올라온 피드백들을 리뷰하고, 내부 QA 등에서 올라온 이슈들을 논의했다. 메뉴명 겹침 이슈처럼 글자 수를 줄이는 간단한 수정도 있었고, 크리티컬한 이슈도 있었다. 이런 부분들을 수정하여, 9월 18일 iOS 12 공식 릴리즈에 맞춰 카카오내비 카플레이 버전도 업데이트 하였다. 


공식 릴리즈 이후에는 더 많은 사용자의 의견이 우리에게 전해졌다.(검색과 커뮤니티를 오가며 모니터링한 결과지만.) 의견 대부분은 개발팀 역시 우려했던 것이며 이것은 한국의 특수한 도로 사정에 기인한 것들이다. 우리 역시 해당 기능을 준비한 상태인 만큼, 애플에 사용자 의견을 전달하며 정책 변화를 기대할 뿐이다. 


구글맵 역시 카플레이 버전이 출시되어 업데이트하여 실행해 보았다. 하지만 지도 데이터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카플레이로 구글맵을 실행하면 뜨는 화면


카플레이는 현재 400여 개의 차종에서 지원하는 서비스지만, 모든 지원 차종에서 카카오내비가 잘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차량 내 디스플레이(헤드유닛)의 펌웨어 버전이나 특정 설정에 따라 어떤 사용자에게는 아예 카카오내비 앱이 보이지 않기도 한다. 우리가 개발하는 동안에도 몇 개의 특정 헤드유닛 모델만으로 테스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한계다. 다행스럽게도 자사 고객들을 위해 적극 나서는 차량 제조사들이 있었다.  


차량 헤드유닛
제작업체를 찾아가야 했던 
이유 

9월 18일 오후 늦게 GM코리아로부터 연락이 왔다. FM 라디오를 들을 경우, 길안내 음성이 사라진다는 제보였다. 추석을 앞둔 만큼, 우리 마음도 조급해졌다. 몇 가지 원인을 유추해볼 수 있었지만 직접 그 현상을 재현해볼 필요가 있었다. 모든 차량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GM 코리아의 주선으로 헤드유닛 제작업체를 찾아가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동시에 애플 쪽에서도 관련된 이슈에 대한 코드 수정 의견을 메일로 받았다. 


차를 잠시 세우고 코드 수정을 하는 개발자 테즈와 강제 휴식을 취하게 된 나. ⓒ렉스

다른 차종에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또 폰 앱에서도 사이드 이펙트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차를 잠시 세우고 길가 벤치에서 코드 수정을 했다. 내비게이션 앱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길 위에서 수정하고, 직접 운전하며 확인한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심사 요청과 핫픽스. 이 오류는 애플에서도 발견한 이슈인만큼 빠른 심사로 진행되었다. 


런칭이 곧 시작이란, 
말의 의미


두 번의 핫픽스가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용자가 CS를 통해 의견과 오류를 제보했다. 이 중에는 벤츠 E-Class 사용자들도 있었는데, 이 부분은 다임러 코리아에 연락을 취했다.(현재 본사 담당자가 확인 중에 있다.) 어찌 되었든 민족 대이동이 있는 추석을 앞두고 있어 (비록 준비되었다 하더라도) 기능 업데이트 보다는 버그 픽스에 최선을 다했다. 추석 전, 마지막 핫픽스를 하며 첫 번째 카플레이 지원 카카오내비 버전의 업데이트를 마쳤다. 


런칭 후 일주일 가량 이번 프로젝트의 메인 개발자였던 테즈는 줄곧 야근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추석 연휴지만, 여전히 사용자 의견을 모니터링하며 카톡을 주고 받는다. 개발자들도 어서 빨리 '버그 픽스'와 준비한 기능 QA를 준비하고 싶다고 말한다. 런칭 전보다 빡센 일정이다. 


'런칭이 곧 시작이다'는 말은, 사용자와 함께 서비스가 성장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빨리 실행한 만큼, 빨리 오류를 발견했고, 더 나은 서비스를 고민할 수 있었다. 카카오내비 앱 또한 업데이트가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작이다.   


+ 추석연휴 마지막날 티맵도 카플레이 지원 버전이 업데이트 되었다. (연휴동안 티맵도 고생 많았습니다!) 

IOS12 애플카플레이 티맵, 카카오네비 문제점들


#카카오네비_아니고_카카오내비입니다

#시리숏컷에서도_카카오네비_인식되는_건_슬픔

#카플레이 #카카오내비

매거진의 이전글 주니의 힐긋보기 vol.0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