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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Mar 15. 2020

2020년에는 자율주행 시장이 열릴까

2019. 12. 모빌리티 뇌 서랍 대방출(1)

모빌리티 업계에서 다른 부문으로 이동한 지 4개월 정도 되었다. 1년 6개월 동안 모빌리티에서 했던 생각들 중 뭔가 아쉬웠던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아래는 2018년 말에 정리했던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에 대한 일종의 분위기를 담은 글이다. (주의! 자율주행 기술이나 인프라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쏙 빠져 있음)




모빌리티 업계에 있으며 알게 된 것은 (믿기지 않는)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배운 것은 데이터와 분위기 파악이었다. 어쨌든 분위기 파악하러 2018년 가을,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을 갔을 때- 몇몇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듣고, 또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를 목격하며 나는 당장 완전자율주행 시장이 열릴 거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팔로알토 주변에는 꽤 많은 웨이모가 눈에 띄었다.


구글이 10년 후를 위해 
이렇게 큰 투자를 한다고 보세요? 
2-3년 후 시장을 열지 못하면 
이 투자는 망했구나 생각할 걸요?


이때 들었던 2-3 후가 바로 2020, 2021년이다각종 기관에서는 2020년이 자율주행이 급성장하는 분기점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그 출장지에서 테슬라(Tesla 3)의 오토파일럿을 경험하고는 생각이 또 달라졌다. 자율주행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비자율주행차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급작스러움이 문제였다. 내 차가 차선을 지켜도 언제든 다른 인간의 차는 불시에 뛰어들 수 있었다. 도로에는 자율주행차량만 존재하지 않으니까. 


옆 차선에서 불시에 끼어든 차량으로 사고가 날 뻔했다.


미국에서 만난 한 자율주행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Q. 도로에서 가장 세이프티 벨류가 높은 자율주행차의 비중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는가

A. 3%~9% 정도가 함께 달릴 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시스템(로컬 인텔리전스와 에이전트 인텔리전스 등)이 잘 구성된다면 자율주행차 비율이 어떻게 되든 도로의 안전성에 변화를 준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개발 관점에서 자율주행차들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운전자들은 예측이 어렵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안전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점이 힘들다.


다른 회사의 자율주행 개발자는 "도로에 자율주행차량이 100%일 때보다 휴먼 드라이버 차량 80%, 자율주행차량 20%의 비율을 가질 때 도로 혼잡도가 가중될 것이다."고 답하기도 했다. 


어쨌든 기술만 보면 완전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다만 시장으로 확장되는 분기점이 어떤 것일지는 남아있다. 플랫폼일 수도 있고, 기술일 수도 있고, 어쩌면 새로운 상품의 등장일 수도 있다. 보험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보험료는 어떻게 계산할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말이다. 


우리가 자율주행 차량 운영에 있어 부담을 갖는 것은 장비에 대한 투자 비용보다는 상해 비용에 대한 부담과 탑승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더 커요. 보행자가 거의 없는 애리조나에서 자율주행 테스트가 주로 이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2018년 당시만 해도 테슬라와 우버의 사망 사고가 있었고, 자율주행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미디어에서도 거론되고는 했다. 하지만 2019년 6월 기사를 보니 2018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했던 Lyft가 5만 탑승을 넘어섰으며 탑승자 중 92 %가 '안전하다'고 느꼈다는 내용이 있다. 리프트의 자율주행차량은 레벨 5이며, 아마 라스베이거스 도시 특유의 짧은 경로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자율주행 상해 발생  70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2018 당시  회사(차량소유자) 자율주행차량 1대당 백만불 한도의 상해보험을 계약했다. 사실 자율주행차량은 운전습관이 좋고, 방어적으로 운전하므로 실제 사고율은 사람 운전자보다 현격히 낮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엄청난 보험료를 산정한다. 아직 인간 운전자 수준의 반응-대응을 하지 못해서 사고 유발 효과가 가중된다는 이유다. 


시장과 차에 대한 사고 프레임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한 업체는 비즈니스 모델을 ADAS*로 설정했다. 미 교통안전국(NHTSA)에서는 모든 차량에 안전 운전과 안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법규화할 예정이다. 시대는 완전 자율주행사회로 가겠지만 미국 고령자들이 이미 소유한 차들은 ABS 시스템도 안갖춘 경우가 많다. 안전 시스템이 법제화가 된다면 이것을 추가로 장착해야 하고 여기엔 카메라와 레이더가 키 센서가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첨단 운전자 보조 지원 시스템으로 충돌 전 운전자에게 알려주거나 차량이 직접 운전에 관여하여 사고율을 경감시킴.


지금 도로의 차는 모두 비자율주행차죠. 공유차량이 대세라고 해도, 여전히 자기 차를 갖고 있고, 갖고 싶어 해요. 차량 교체 시기가 최소 3년 이상이 걸리는데, 아마 10년 이상은 지나야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겠죠.


ADAS는 자율주행의 레벨*에서 보자면 L0-L3 단계다. 완전자율주행차가 되기 위해서는 L5이고, 구글의 웨이모가 L5 단계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도 L2 레벨이다. 항공의 오토파일럿 기술을 대중적으로 전파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 덕분에 할머니들도 모두 아는 기술이 되었다고 한다. 


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자동차 제어권 전환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 연구단




말에서 기차, 자동차에서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이동 기술의 혁신은 대부분 안전의 문제가 대두되곤 했다. 자율주행차량의 사고율이 압도적으로 휴먼 드라이빙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와 우버에서 일으킨 사망 사고에 큰 두려움을 느낀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사망자는 약 125 만 명에 이르지만, 테슬라 차량의 안전 수준이 적용된다면, (데이터 적으로는) 연간 약 90 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어요.


*관련 기사: Tesla car that crashed and killed driver was running on Autopilot, firm says, (2018. 3.31. TheGuardian) 




도로에 나서는 순간 새로운 코너 케이스*들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판교 제로 셔틀이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이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길에서 서버린다거나 파란색과 하얀색을 하늘로 인식하도록 설계된 테슬라가 하늘색 천을 씌운 트럭을 그대로 받아 버린다거나와 같은...

*코너 케이스: 여러 변수와 환경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문제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자율주행 관련 개발자들은 완전자율주행 관련 기술에 있어서는 구글 웨이모를 따라잡기 어렵다고들 말했다. 데이터 측면에서나 장비 측면에서. 그럼에도 실제 완전자율주행 차량-운행을 먼저 시작한 곳은 공유 차량 플랫폼인 우버와 리프트다. 미국에서 만난 한 서비스 운영자는 우버와 리프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다. 


"우버나 리프트는 1회 평균 드라이빙 16불의 매출이 난다. 그중 60%를 드라이버가 가져가고, 플랫폼사가 4불을 가져간다. 자율주행을 도입할 경우 두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비단 수익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는건 일종의 선 경험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기술은 어떻게든 가져올 수 있지만, 이 기술을 경험하고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나 조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 않나."







앙트러프러너들은 자신이 믿는 것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기술과 세상에 없던 상품을 창조하는 누구나 각자 이 시대에 풀어야 할 문제들을 풀고 있다. 그것이 수익의 극대화든, 방어와 선행이든 말이다. 


2018년 출장 당시만 해도 자율주행 시장 2-3년 후가 믿기지 않았다. 그저 조금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기대만 있었을 뿐이다. 여전히 '우주의 원더키드 2020'을 보는 심정이긴 하지만, 최근 찾아본 기사들은 조금더 현실적으로 바뀐 듯싶다. 이제 나는 자율주행 시장의 목격자로 남겠지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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