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광역시 북구 구포동
- 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 – 도보 8분
구포, 낙동강 하류를 낀 서부산의 역사를 담은 지역. 이 곳은 승학산의 불운을 뒤로 하고 달려간 나의 두 번째 여행지. 구포국수, 구포시장, 구포역이 유명한 구포로 향하는 날은 날씨와 컨디션 모두 완벽하리만큼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구포역에서 내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정(情)이 있는 구포시장’으로 향하는 길은 서서히 시간을 되돌리는 것만 같다. 포장된 도로부터 간판까지 옛부산의 구포를 군데군데 찾아볼 수 있다.
구포시장에 들어서서 사람들과 물건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정겨워진다. 온라인 쇼핑에 적응된 탓일까. 평소에 느끼지 못한 냄새나 풍경이 반가웠던걸까. 알 수 없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쩌면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일상과는 이질적이지만 기억 어느 한 곳에서는 친밀함이 흐르는 순간이다.
시장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있는 구포 만세거리에선 양옆으로 한쪽은 기찻길이, 한쪽엔 낙동강 도로를 따라 차량들이 힘차게 내달리고 있다.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 차들이 달리는 소리, 동네 사람들의 수다소리는 어느새 내 구포여행의 한 부분이 된다. 지난 만세운동의 역사를 새겨놓은 벽에는 어느 벽화마을과는 달리 강렬한 리얼리티가 담겨있다. 벽에 있는 무궁화, 상인들과 노동자들이 당장이라도 태극기를 펄럭이며 낙동강을 향해 달려 나갈 것만 같다.
따뜻한 커피를 사서 벤치에 앉아 지나왔던 만세길을 가만히 바라본다. 100년 전 독립을 위해 이 곳에서, 이 길을 걸으며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1,200명의 구포의 상인들과 노동자들이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꽤 오랜 걸음에 약간은 헛것(?)이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과거 이 곳에서 사람들이 느꼈을 간절함과 좌절, 해방의 기쁨을 목젖까지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현재의 자유에 감사함을 느끼는 오늘의 어느 동네는 구포시장과 만세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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