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범천동
- 도시철도 1호선 부산진역
– 버스 10분
호천마을로 향하는 길, 버스에 실은 몸이 유난히 덜컹거린다. 뱀이 기어지나 간 듯 구불구불한 산복 도로, 그 위를 버스가 묘기를 부리듯 꽤 빠르게 올라갔다.
내리자마자 눈에 띈 산 등에 올라타 있는 집들이 어지럽지도, 그렇다고 가지런하지도 않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왜 이곳 호천마을이 드라마 촬영 명소인지 느끼게 했다.
잠시 마을이 만들어낸 장관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180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80계단은 마을 전경을 보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는데, 마침 호천마을을 방문한 시간은 노을이 드리우는 시간이었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달이 경계를 만들어 노을이라는 이불로 마을을 살포시 덮고 있었다.
노을이 은은한 다홍빛으로 마을을 칠하고 있는 동안 마을 플랫폼으로 향했다. 호천마을 플랫폼은 걷느라 지친 관광객들에게 목을 축이고 쉴 곳을 마련해 주는 공간이며, 주민들에게는 서로의 즐거움과 애환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마을 주민인 듯 관광객인 듯, 그들에게 섞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호천의 밤이 한 걸음 다가왔다.
마을 플랫폼 전망대에서 바라본 호천마을의 야경은 다채로운 조명들, 전봇대에 얽힌 전선이 거미줄에 내린 빗방울같이 빛나고 있었다. 이 곳 노을이 일상의 여행에 빠져들게 만들었고, 이 곳 야경의 아름다움이 거미줄처럼 나를 그 자리에 묶어 놓은 것만 같았다.
호천마을 여행의 마무리는 걸어서 내려오는 것을 권한다. 골목의 향취와 야경 속 한 조각이 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당신에게 선사할 테니.
야경과 노을이 떠나는 발걸음을 붙잡는 오늘의 어느 동네는 호천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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