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네
#19 기장의 밤, 청사포의 아침
- 부산광역시 기장군, 청사포
- 기장군청에서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까지 도보여행
여행을 가기 전이면 평소에는 겨우겨우 떠지던 눈꺼풀이 잘 떠지는 것은 기분탓일까. 또 이것저것 짐을 챙기는 과정조차 너무 즐겁다. 그렇게 행복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장으로 향했다. 사실 야간도보여행은 오랜만이라 설렌 마음이 배가 되었다.
기장에서부터 청사포까지 야간도보여행은 그리 낮지도 높지도 않은 오르내리막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의 한 쪽은 붉은 달빛으로 바다의 가운데를 빛내고 있고, 다른 한 쪽은 산과 건물 그리고 어둠이 가득 차있었다.
이처럼 걷는 여행은 내 눈에 보이는 테두리의 풍광들이 천천히 지나 변해가는 것이 매력적이다. 바다에서 튀어오르는 물고기, 너무 이르게 울어대는 닭의 울음소리처럼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순간의 매력에 피곤한 보람을 느꼈다.
또, 야간도보여행의 큰 장점으로는 죽성성당부터 대변항, 오랑대, 해동용궁사를 지나 청사포까지 평소에는 관광객들이 가득찬 낮의 모습과 다른 밤 공간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붉은 달빛에 낮처럼 밝았던 죽성성당, 새벽부터 활발한 대변항의 멸치잡이 배와 반짝반짝 빛을 내며 말려지고 있는 멸치, 정자에서 쉬면서 바다에 비친 달을 감상할 수 있는 오랑대, 바다 위에 서있는 듯한 다릿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출까지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는 일상 속 다른 감성과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 도착지인 청사포 하늘의 일출은 다양한 색들이 선명했다. 어두운색에서 푸른색, 푸른색에서 노랗고 붉은색으로, 붉은색에서 하늘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그 10여분 간의 순간의 여행은 피로의 노곤함과 마음의 어두운 걱정들이 붉게 타올라 잊혀지면서 스스로 의욕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행을 한다는 건 그렇게 거창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걷고, 생각하고, 바라봄으로 마음을 충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떨쳐내고 싶은 생각과 고민거리들이 많다면 조금의 변화된 장소에서 자유스러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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