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와 영도구를 이어주는 부산항대교, 그 밑쪽엔 감만부두시민공원이 있다. 대중교통으로 오기에는 까다로운 위치에 있는 이곳은 낚시꾼들과 가볍게 바람 쐬러 나오는 지역 주민들의 쉼터이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감만부두를 향하다 보면 지금 내가 바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종종 지나다니던 길에서 살짝 벗어났을 뿐인데 새로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대형 화물차들 사이를 지나 길을 따라 들어오면 바닷가를 따라 나란히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이 나온다. 별도의 안내판이 보이지 않아도 한 눈에 이곳이 목적지라는 걸 알 수 있다.
평일 오후인데도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차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가족들과 나온 사람들, 낚시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 다정하게 사진을 찌는 커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도 차를 주차한 뒤 차박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감만부두는 최근들어 찾는 손님이 많아진 곳이다. 차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감만부두를 찾는 이들 역시 늘어났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으며 머리 위로는 부산항대교가 있어 예쁜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입소문이 퍼지는 건 순간이었을 것이다. 주말에는 자리 잡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고 하니 비밀 장소처럼 이곳을 즐기던 이들에겐 조금은 슬픈 일일지도 모르겠다.
트렁크를 열고 이불을 깔고 짐을 푼 뒤 저녁 식사를 간단하게 했다. 마트에서 사 온 초밥과 닭강정 그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져 있는 파인애플로 배를 채웠다. 이미 평소에 너무 많은 것들을 해오고 있는 바쁜 현대인들이니 만큼 이런 시간만큼은 일거리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가만히 시선을 던져본다. 내가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자연은 자신의 속도를 따라 천천히 동시에 부지런히 움직인다. 잔잔한 물결과 시원한 바람, 들어가는 해와 나오는 달 그리고 그에 따라 변하는 하늘 빛. 이런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걸 시간 낭비라고 한다면 그건 이 풍경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도시에 불이 켜진다. 물결을 따라 반짝이던 햇빛은 이제 도시의 불빛이 대신한다. 유명 노래의 가사처럼 이 밤이 지나면 우린 또 다시 헤어져야 할테지만 또 다른 노래의 가사처럼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닌 법. 언제든 다시 감만부두를 찾아 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면 되는 일이다. 단, 그러기 위해선 가지고 온 쓰레기를 잘 치우는 최소한의 개념은 챙겨야 한다. 주섬주섬 쓰레기를 정리하고 짐을 챙긴다. 꿈만 같던 감만의 밤을 뒤로한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동네 주민들의 쉴 곳이 되어주는 오늘의 어느동네는 감만부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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