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진시장은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조선시대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진시장에는 많은 물건들이 오고가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간다. 그런 진시장의 맞은 편엔 자성대가 있다. 임진왜란 때부터 부산과 그 역사를 함께 해오고 있는 자성대가 있는 자성대 공원은 늘 활기가 넘치는 진시장과는 달리 작고 한적한 공원이다. 영가대는 자성대 공원의 한편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영가대는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외교 사절을 떠날 때 제사를 지내던 곳이자 출발과 귀환의 상징적인 곳이다. 조선통신사는 한일을 잇는 국가 사절단이며 여기서 말하는 통신은 신의를 나눈다는 뜻이다. 현재 영가대가 있는 곳은 기록상 영가대의 위치는 아니며 새로 복원한 곳이다. 앞서 언급한 자성대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쌓고 머물던 성인 것을 떠올려 보면 한 위치에 전쟁의 흔적과 평화의 흔적이 공존하는 것이다.
영가대와 조선통신사를 기억하며 지어진 이 공간은 사람들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동네 주민들만이 빈 공터를 이용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운동 삼아 주변을 걷곤 한다. 도심 한 가운데 있는 이런 특별한 공간을 좋아하는 내 취향 탓인진 모르겠으나 영가대 누각 아래 잠시 머물면 진짜 숨을 쉬는 듯한 기분이 든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와 높이 오른 아파트를 마주하고 있는 푸른 잔디와 누각은 마음에 여유를 더해준다. 옛것의 정취에 흠뻑 빠질만한 영가대에는 현대식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는데 그 조합이 곧 잘 어울린다.
역사를 특별히 좋아한다거나 그렇진 않다. 학교에서 배운 최소한의 상식 정도만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런 지식과는 별개로 의미가 담긴 공간이 주는 느낌을 누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보이지 않는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일까? 이런 곳에 머물다보면 나도 특별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문득 이곳은 새로 복원된 곳이라 굳이 따지자면 신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감상에 젖었던 내 모습이 조금 우스워진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잠시 쉬어갈 공간이 되어주는 오늘의 어느 동네는 영가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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