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지하철 1호선 범일역
- 도보 15분
지난 어느 동네에서 소개했던 영가대의 바로 뒤편은 자성대 공원이며 이 인근은 자성대라고 불린다. 부산 진시장을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최근에 부산진성 공원으로 이름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자성대라는 명칭이 일본식 성곽 표기라는 지적 때문이다. 본디 조선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부산진성을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일본식으로 새로 쌓았고 그때 유래한 말이 자성대라고 한다. 어찌 보면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제 이름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명칭이 바뀐 건지 모르겠어서 우선 자성대라는 표현을 쓰려한다.)
장마로 인해 밖을 걸어 다니기 어려웠는데 오늘 하루는 잠깐 비가 멈추었다. 이 기회를 틈 타 공원을 올랐다. 비에 젖은 풀내음과 조금은 높은 습도가 이제 진짜 여름임을 알려주었다. 자성대공원엔 동네 주민들이 나와 운동을 하거나 바람을 쐬고 있었다. 에어컨 바람만큼 쾌적하진 않지만 공원에 들어서면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자성대 공원에는 총 4개의 입구가 있다. 나는 공원의 북문으로 올랐다. 다른 입구는 영가대와 이어지는 계단이고 나머지 두 입구는 멋진 성곽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동문인 건춘문과 서문인 금루관인데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어서 이곳이 얼마나 멋진지 보려면 지도를 잘 찾아봐야 한다.
북문 입구를 지나 공원의 꼭대기로 올라가면 진남대가 나온다. 앞의 두 문과 진남대는 1974년 복원되어서 아직 그 형태가 잘 보존되고 있다. 진남대 앞쪽은 공터이며 가쪽으로는 배드민턴장과 운동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어르신들이 운동도 하고 담소도 나누고 있었는데 아주 먼 과거에서 현재까지가 겹겹이 쌓여 지금의 공존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거는 아주 치열했기도 했고 잔인하기도 했겠지만 그런 역사의 시간 덕에 지금 이곳에서 나는 편하게 카메라를 들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진남대에서 보이는 곳은 원래는 바다인데 지금은 매축지가 되었다. 이 맞은편이 바다였고 이곳에서 적들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왔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말 그대로 옛날이야기지만 동시에 그것은 분명한 현실이고 있었던 일이다.
그 명백한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흔적들이 자성대 공원 곳곳에 있는데 진남대의 바로 옆엔 천장군 기념비가 있다. 명나라 장수 천만리를 기리는 기념비인데 임진왜란, 정유재란 때 조선을 위해 싸웠고 큰 공을 세운 뒤 조선에 남아 귀화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성대공원의 중간지점에는 최영 장군 사당이 있다. 시대적 배경이 갑자기 고려로 넘어가는데 최영 장군의 구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을 수호신처럼 모신다고 한다. 역사적인 가치와 볼거리가 풍성한 공원이다.
자성대가 위치한 진시장과 범일동 일대엔 주민들이 편하게 쉬거나 산책을 할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 이 작다면 작은 공원이자 동산은 그런 주민들에게 쉴 곳이 되어준다. 울창한 나무가 만들어 주는 그늘과 시원한 바람은 빌딩 숲에서 부는 바람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 들게 한다. 다만 푸르른 자성대 공원의 공기가 너무 좋은 탓인지 이곳엔 아주 강력한 모기들이 많이 있으므로 여름철 자성대공원을 방문한다면 팔과 다리를 잘 지켜야 할 것이다. 평소 모기에 잘 물리는 나는 오늘도 간지러움을 참아가며 공원을 나서야 했다.
역사가 담긴 공간과 숲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픈 오늘의 어느 동네는,
자성대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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