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天山)산맥을 걷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독고공로

by 봄날의여행

실크로드를 여행하면 숨이 멎을 듯한 대자연에 압도될 때가 많다.

'지구에 이렇게 광할하고 신비로운 풍경이 있었다니'

내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풍경을 마주칠 때마다

놀라움을 넘어 경외감으로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수천, 수만, 수억겹의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품을 보면

백년도 못 사는 인간의 삶이란 그저 찰나일 뿐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는 그 찰나조차 영원이라 착각하며 아둥바둥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를 짓누르던 인간관계 갈등, 직장 스트레스 같은 고민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옹졸했던 내 마음도 조금씩 내려놓게 된다. 거창한 깨달음을 얻지는 못해도, 사소한 감정에 흔들리고 있는 내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여유는 생긴다.





2천년전 실크로드를 걷던 구도승과 상인들 또한 대자연은 경외감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온전히 두발로 걷거나 낙타에 의존해 실크로드를 걸었기에, 거대한 자연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두려움이었다.


특히, 천산산맥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땅이 아닌 신(神)의 땅이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건널 수 없는 금단의 영역이었다. 천산산맥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부터 중앙아시아까지 약 2,000km이상 이어져있는 거대한 산줄기다. 해발 4,000m~7,000m에 달하며 고봉마다 만년설로 뒤덮혀있다.


그래서 천산산맥을 중심으로 실크로드는 다시 나뉘어진다. 천산산맥의 북쪽으로 가는 천산북로(天山北路)와 남쪽, 즉 타클라마칸 사막 위쪽으로 가는 천산남로(天山南路)다. 천산산맥을 돌아가게 되어 길은 훨씬 더 길어지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가장 안전한 길이었다.



중국 현대 기술은 신의 땅을 인간의 땅으로 만들었다. 바로 천산산맥을 북에서 남으로 가는 도로를 만든 것이다. 독고공로(独库公路)다. 신장자치구 독산자(独山子)에서 쿠차(库车) 천산신비대협곡까지 561km로 이어져있다. 최고 높이는 위시모러까이 고개로 해발 3,400m에 달한다. 협곡과 초원 등 엄청난 풍광이 펼쳐진다.

아스팔트가 깔려있지만 굽이굽이 험준한 산을 오르는 위험한 코스라 독고공로를 갈 수 있는 시기는 1년에 단 5~6개월 뿐이다. 10월이 되면 눈이 샇여 빙판길이 되기 때문에 도로는 폐쇄된다. 7인승 이하 차량만 갈 수 있고 속도도 40~60km 정도로 천천히 가야한다. 그만큼 위험하다. 하지만 위험한 만큼 아름답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독고공로를 중국에서 가장 아찔하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부른다.



20230813_151318.jpg 쿠처 신비대협곡








독고공로를 가기 위해 현지 여행사 일일 투어를 신청했다. 독산자까지 대중교통이 없어 차가 없는 이상 여행사 투어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우루무치에서 2시간 거리인 쿠이툰(奎屯)역에서 가이드를 만나 승합차에 탑승했다. 투어차량은 독고공로기점을 시작으로 독산자로 향했다. 승합차 앞 창문으로 보이는 천산산맥이 파도처럼 출렁대는 듯했다.





눈 앞에 보이는 천산산맥 줄기




구불구불 산 길을 따라 예측할 수 없는 풍경이 계속됐다. 척추를 그대로 드러낸 앙상한 산을 지나는가 하면, 비취색 강물이 흐르는 협곡사이를 지나기도 했다. 허리에 구름이 반쯤 걸쳐있는 산도 있고, 햇살을 받으며 보석처럼 빛나는 만년설도 보였다.

감탄사를 내뱉을 때마다 가이드는 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우리에게 포토타임을 줬다. 그러면 여행자들은 차에서 뛰쳐나와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눈 앞에 실제하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카메라로도, 눈으로도 온전히 담을 수 없는 대자연의 위엄이다.


출발한 지 3시간 쯤 지나 위시모러까이 고개에 도착했다. 해발 3000m가 넘다보니 날씨는 금새 추워졌다. 다리가 휘청일 정도로 매서운 바람까지 불어오고, 약간의 고산증이 생겨 머리가 어지러웠다. 노란색 승합차를 개조한 카페가 보여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 3,400m에 카페가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인부들이 한창 다리를 건설 하고 있는 모습에 또 한번 놀랐다. 실제 오면서도 이곳저곳에서 공사 중인 곳이 많았는데, 독고공로 또한 빠르게 관광지화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개발 속도가 새삼 놀랍고 두려워진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풍경



해발 3천미터의 카페



독고공로 이곳저곳은 공사가 한창이다


위시모러까이 고개를 지나 내려오면 갑자기 넓은 초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예측하지 못했던 풍경이지만 황량했던 세상이 푸른 녹음으로 가득해지자 마음은 한없이 여유로워졌다.

옛날 실크로드를 걷던 이들을 상상해본다. 오로지 두발로 척박하고 위험천만한 땅을 지나 푸른 초원을 마주하면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실크로드를 걸을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출발지였던 쿠이툰역에 돌아오니 오후 6시가 넘었다. 그러고보니 9시간동안 커피 한잔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갑자기 밀려오는 공복감에 기차역 앞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을 사먹었다. 비로소 현실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한바탕 멋진 꿈을 꾼 하루였다.


푸른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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