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역에서 독립문역 7 km
서울의 山들은 때로 섬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고층빌딩과 아파트 숲, 그리고 자동차 물결 가운데 떠 있는 섬.
과거에는 그 반대였을것이다.
산과 숲, 강 사이에 사람이 사는 동네가 섬 이었을 것이다.
"자락"이란 말의 뜻과 의미를 생각 해 본다.
산자락, 치마자락, 마음자락.... 자락은 맨 아랫부분 그리고 그 아래쪽과 만나는 부분이다.
꼭대기가 아닌 맨 아래. 그래서 넉넉하고 따스하다.
안산자락은 둥글고 길게 도시와 만나는 부분이다.
山은 아래로 아래로 몸을 낮추어 땅을 평평하게 하고, 거기 사림이 살도록 공간을 펼쳐 준다.
사람은 산자락을 더 깊고 깊게 파고 들어 삶의 공간을 만든다.
서대문 독립공원(형무소), 무악재, 홍은동, 서대문, 연세대, 서대문.....
자락길에서 내려다보이는 동네들이다.
복잡하고 경황없는 도심도 모자라 3호선, 2호선,
5호선 지하를 파고 들어 바쁜 시간을 더 바쁘게 살아간다.
문득, 그 분주함을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하고 싶어진다. 그래야 살 것 같다.
그래서 자락길이 만들어졌나 보다.
자락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그런 표정이고
그런 느낌이다.
숲속 쉼터와 도서관, 울창한 메타세쾨이어 숲, 이어지는 무장애 데크길과 무악정 등의 정자. 운동기구,
맨발 진흙 걷기....
안산 자락길은 7 km , 걷기 두시간 길이이다.
참 잘 만들었다. 봉수대 등을 오르락 거리니 10km
정도의 길이 된다. 중간 중간의 쉼터나 화장실등도
잘 갖추어 놓았다.
여름이면 하늘이 가려 질 것이고,
저 숲 가운데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도란거리면 무척 시원하겠다.
겨울이면, 더 두터운 옷을 입으면 되겠지?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10m 내외 거리를 두고 전코스를
아주 맨 손인 젊은 청년분과 같이 걸었다.
배낭의 커피를 한 잔 나누어 주고 싶지만,
그건 내마음뿐일 터여서 그러지 않았다. 사람들 마음이 외롭기도 하지만, 늘 경계하는 세상이어서
좀 안타깝다. 어디 쉼터 의자에라도 나란히 앉았으면 그랬을 것이다.
오른 쪽이 인왕산과 한양도성
왼쪽은 북한산 문수봉돠 보현봉, 그 V 자에는 대남문이고 보현봉 아래로 형제봉 능선이 흐른다.
자락길 북쪽에서는 북한산이 그리고 동남쪽으로는 남산, 인왕산과 북악산 그리고 강북 도심 조망이 좋다.
봉수대.
봉수대는 통신망이다.
북쪽의 오랑캐가 쳐들어 오면, 남산이 최종
수신지가 되고, 안산은 맨 끝 두번째이다.
연기와 불꽃으로 소통을 하는 것.
신기한 것은 봉수대가 아니고 인터넷일까?
아니면 휴대폰 일까?
안산자락길이 제일 자랑하는 것은
황톳길 맨발 걷기 시설이다.
연희동 쪽은 비닐막 터널이 되어 있었고,
서대문 쪽은 덮은 천막을 걷어내고 있었다.
대전 계족산 황톳길 맨발 걷기를 해 보았는데,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의 그 미끈 물컹한 진흙의
촉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 건강은 이 시대 최고의 화두 일테다.
안산자락길은 서대문 사람들의 보물이다.
이 정도의 건강길, 쉼터를 곁에 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도 그저 한나잘 소풍으로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다.
서대문 형무소.
저 안의 관람은 참 여러번 했다.
"온 살이 찢겨나가는 고통은 참을 수 있어도 국권을 잃은 고통은 참지 못하겠다"(유관순 누나....)
1972년 중학교 때 긴급조치. 10월 유신이 발표되었다.
(우습게도) 중3인 나는 "한국적 민주주의" 를 찬양하는 웅변대회를 나갔고, 우리마을 4H 이름을
"유신 4H" 로 지었다. 4H는 智Head, 德Heart, 努Hand, 體Health 의 네잎 클로버 였다.
4H는 당시 농촌 청소년들의 마을 공동체 였다.
1987년 6월 항쟁. 나는 3년차 직장인이었다.
72년과 87년 사이 고등학교. 군3년 생활, 대학 생활
결혼... 나는 성장기였고, 나라는 독재의 암흑기였다.
나를 분하고 질리게 만든 서대문 형무소 옥사 감방의 모습은 (죄송하게도) 독립 애국 지사들의
고통보다는 그 군사 독재 시절,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민주항쟁 인사들의 투쟁과 고난이었다.
오늘 밖에서 만난 서대문 형무소 담벼락.
그 단절과 폐쇄 공간에 대한 절박함이 마음으로 느껴진다.
3.1절이 코 앞인데 독립문은 보수 중의 천막이 가리워져 있었다.
독립문 옆에는 "이진아 도서관"이 있다.
2003년 미국 유학 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따님을 기리는 아버지의 기부체납으로 만들어진
서대문 구립 도서관이란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독립문 아래 영천시장. 다소 어름한 해장국 집에서 둑배기 한그릇을 다 비웠다.봄이 오는 길목, 안산 자락길 소풍은 잘 했다.
편안하고 시원한 도심 속의 작은 섬, 작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