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九陵

4시간 10km 소풍

by 류성철의 작은여행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를 3주전에 보았었다.

조선 최고의 비극을 다소 비틀린 시각으로, 또는 유해진 배우의 그 천진한 캐릭터로 만들어

꽤 재미있었다.

표지 왕릉이 문종릉이다. 조선 최장기 세자 신분(29년)으로 살았으나, 정작 왕은 2년 밖에

못했다는 분. 세자시절 그렇게 충직하던 동생이

정작 아들의 왕위를 찬탈하는 비극에

지하에서 가장 슬퍼 하셨을 분. 건너편 단종의 모친 현덕 왕후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더욱 더.....

세종-문종-단종-세조

세종의 많은 아들 중? 문종-수양대군- 안평대군이

그렇게 뛰어난 아들이었다는데, 역사는 아이러니다.

이 직계 3대 가문은 가장 찬란하기도 하고 참담하기도 하고....

문종릉 앞에서 그러저러한 역사적 사건을 생각 해 본다.

나는 東九를 동쪽의 언덕 東丘로 잘못 알고 있었다.

오늘 와서 알았다. 동구(9)릉, 서오(5)능, 서삼(3)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답게 잘 가꾸고 보존하고,

그래서 오가는 숲 길이 너무 편안하고 근사하다.

조선의 왕릉은 그 위치나 지형, 능의 조성과

수목까지도

이른바 "풍수지리학"의 핵심이 반영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조선왕조의 시조인 태조의 "건원능"이

저 윗단에 자리하고 있으니, 조선 오백년사의

가장 경외로운 곳 아니겠는가.

조선 왕들은 우리 가문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충성을 받은 댓가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불가역의 휴식과 숨터의 공원을 남긴 셈이다.

동구릉을 포함한 세계문화 유산의 가치를

작게 평가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것을 제껴 두고, 이 좋은 숲의 여행자로서도

천천히 때로 빨리 걷고 두리번 거리는

즐거움의 가치도 매우 크다는 주장이다.

13시에 시작된다는 문화 해설사 안내를 찾고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했다.

아마 사전 안내 신청이 있어야 하나 보다.

궁궐 등 문화재 탐방에는 꼭 해설사 분을 따라

다녀야 재미 있는데....

뜻밖에 "식물 분류학" 교수님과 그 동호회원 분들을 만나, 맛나는 간식도 얻어먹고 이것 저것 배우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교수님도 회원분들도 모두 은퇴하신 Active 한 시니어 분들이다.

나무의 겨울 눈 하나를 10 배로 확대해 보면서 전문적 지식(?)을 나누시는 걸 보니 작은 감동이다.

기쁨을 함께하는 은퇴자의 생활은 부지런하고, 용감하고, 도 어떤 것을 열심히 하는게 맞다고 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 던데, 아는 만큼 즐거운 것이다.

산골 출신인 나도 어지간한 나무 이름은 아는 편인데, 이 분들은 박사급이다.

내가 모르는 오리나무 벚나무 도 여러가지가 꽤 있으니...

식견없는 내가 보더라도 동구릉에는 습지가 많다.

그래서 오리나무, 물푸레, 쪽 동백 등 습지에 잘 적응하는 나무들이 많다.

경주 남산이나 서오능 같은 곳에 가면 대개 멋진 소나무 숲이 많은 것에 비해보면 그렇다.

그런 시각에서 보니 동구릉의 수목들은 매우 불행(?)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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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탐방로 옆의 나무들이 모두 병들어 있다,

싱싱하게 바로 자라기보다는 패이고 구멍나고 무슨 종양 같은 뭉치를 달고 있다.

탐방로를 깔끔하게 만들려고 잡풀을 다 제거하고 낙엽을 다 걷어내고 등등 그게 문제인가.

왕릉, 세계문화 유산을 잘 지키려면, 이 숲을 건강하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식물탐방 선생님들과 헤어져 다시 전체를 한바퀴 돌았다.

숲 길 그것도 샤방샤방한 흙 길을 걷는 걷은 늘 기분이 좋다.

건원릉 오른 쪽 길 약간 위에 선조의 능(목릉) 이 탐방로 맨 끝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문에 선조와 인조( 파주장릉)는 미운 왕이다.

세종대왕이나 정조 대왕 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동구릉 왼 쪽 아래 숭릉(현종) 부근의 탐방로가 숭릉지라는 연못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길이었다.

윗쪽 탐방로를 올라 건원릉에 다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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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창업자이시고 개척자이시고 동구릉 최고 어른이시니 한 번 더 뵙고가는 것이다.

정자각에도 올라 가보고, 봉분 가까이도 보고 신도비도 보고.....

봉분에는 겨울 억새가 무성하다. 유언에 따라 함경도 고향의 억새를 심은 때문이다.

그런 전설이 건강하다.

나무 겨울 눈 탐방에 나를 끼워준 교수님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는 쌀과 고기만 먹고 사는 줄 알아요.

세끼는 긂어도 살지만, 3분만 산소를 안마셔도

힘들어져요. 산소는 누가 만드나요?

여기 나무들이지요.

나무가 우리 목숨을 유지 해 주고 있어요."

다시 생각하지만, 동구릉 나무들은 건강하지

못하다.

외부 흙 퍼다가 탐방로 매끈하게 하지 말고,

길가의 숲, 나무들을 건강하게 가꾸는게

맞을 것이다.

대략 4시간, 구경구경 기웃기웃하니 10km 거리에거의 4시간이 소요된다.

동구릉 탐방도 건강한 작은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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