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을 회상도 하고.....
"일요일 아침, 부지런해 질 수 있다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다.
(중략) 산 중턱을 뛰어넘는 겨울 햇 살속의 절 집 툇마루에서 오래 사람이 그리웠다는 듯,
내게 말벗을 청해오는 스님이 있으리라는 그런 기대로~~~~"
산을 오를 수록 등뒤의 시선은 넓어지고 우르릉~ 북한강 철교위로 장난감 기차가 달려 가고 있었다"
조선일보 刊 "월간 산" 잡지(1987년 2월?)에
실린 40년 전 결혼 다음 해, 겨울의 운길산 정상의 사진이고 글이다.
독자 투고란에 실린 것.
오래된 책들을 버리던 중, 이 부분만 찢어
갈무리 한 것을 찾았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나의 푸르던 시절. 귀엽다.
운길산과 수종사는 그래도 가끔 오르는 곳 중의
하나다. 그 찐 신혼시절의 추억 때문인가.
오늘 수종사엘 다녀왔다.
40년 전에는 송촌리 부터 걸어 올라 갔었다.
겨울이면 수종사에도 물이 얼어 아랫마을에서
물을 길어 올라갔던 때다.
가파른 도로가 생긴지도 30년은 되었을 것이다.
오늘은 혼자.
차를 몰고 수종사까지 갔다.
조선 세조왕이 오대산 다녀오다 이 근방에서 잠을 자는데, 종소리가 들려 올라 가보니 동굴 속의
물소리 였다나?
대웅전 좌측 작고 아름다운 팔각5층 석탑과 정혜옹주 사리탑(보물2013호) 설명을 보면
수양대군(세조)가 여기 다녀갔을 가능성은 아주 높을 것 같다.
사리탑 주인인 정혜옹주는 태종 이방원의 딸이니 수양대군의 고모가 되고 , 옆의 팔각 5층 석탑은
세조의 부인 정희왕후 등의 시주로 조성된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사리탑은 수양의 동생 금성 대군이
고모를 위해 조성 했다고 한다.
금성대군은 어릴적에 정혜옹주의 모친인 의빈 권씨가 길렀다니, 고모가 매우 잘 대해 주었겠다.
정도전 등 유교기반의 엄격한 통치 이념으로 불교가 억압되던 조선초기에도 왕실을 비롯한 사대부
집안에서는 불교적 신앙의 토대가 아주 강건 했나보다.
500 년 은행나무는 내가 처음 갔을 때 460 년이었나?
수종사는 내려다 보이는 VIEW 가 정말 끝내주는 곳이다.
화천 저 위 북녘에서 춘천, 가평 ,청평을 지나오는 북한강과 태백산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영월, 충주, 여주를 지나오는 남한강, 두 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 양수리가 바로 발 끝이다.
500 살 연세의 은행나무 아래 내가 있고, 내 발 아래 두물머리 있다.
무엇을 해도 좋지만, 무엇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더 좋을 곳이다.
茶는 三鼎軒삼정헌에서 마셔야 수종사를 다녀간 것이다.
찻 상 아래 두물머리 전경이 있고, 茶器와 좋은 차가 준비되어 있다.(무료)
"수종사에서 차를 마시면, 북한강과 남한강 물을 다 마시는 것"이라는 그림이 걸려 있다.
삼정헌 무료 차 마시기는 아주 오랜 전통으로
알고 있다.
언젠가는 진급 안시켜 줬다고 사직서를 내민 고집불통 후배를 여기 데리고 와서, 항복 할 때 까지 같이 앉아 있자고 나도 골통을 부려 사직서를 찢고 말았던 추억도 있는 곳이다.
40 년 전, 그 작고 다소 쓸쓸하던
수종사는 이제 많이 커지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당초, 운길산 오를 계획은 아니었는데,
산 정상까지 800m 정도여서 천천히 올라갔다.
사람도 없고, 바람은 시원하고, 햇 살이 나기 시작 해서 참 좋았다.
중간 중간의 쉼터와 평상이 잘 만들어져 있고, 정상에는 못보던 전망대가 엄청 크게 만들어져 있었다.
대개의 山客들은 여기서 능선을 타고 예봉산 까지 종주를 하고, 팔당역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호한다.
좌측 앞 능선 끝이 예봉산이고 아주 멀리 맨 뒤 가운데가 북한산 백운대, 오른 족이 도봉산 주봉, 왼쪽 끝이 보현봉. 밀려오고 굽이치는 山파도가 참말로 시원하고 멋지다.
중간 봉우리의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본다.
하늘이 강물같고 소나무는 물 속의 그림자다.
< 산신각에서 내려다본 茶마시는 삼정헌과 두물머리, 팔당호 모습>
다시 수종사.
그 새 사람들이 북적인다.
은행나무 아래서 커피를 마시고, 법당에 향을 사르고, 더 다가온 봄 햇 살사이를 거닐고
무심하게 시간을 보낸다.
양수리 전체는 움직이는 화폭이다.
전동차가 지나가고, 물이 흐르고 사람들이 달려가고....
바로 아래가 "물의 정원" 이다.
따로 산책을 좀 하려 했으나 수종사에서 너무 놀아서 다음으로 미룬다.
다시 오면 된다.
다시 두물머리 안개도 보고, 물의 정원을 거닐러 다시 오면 된다.
늘 그런 시간이고 싶다.
경의선 전철이 뚫리고, 자전거 길도 열려서 오가기는 쉽다.
운길산 역에서 걸어 올라가면 2km 쯤 될텐데, 콘크리트 포장 길이 제법 멀고 가파르다.
두물머리, 물의 정원, 수종사는 한 팩키지 여행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