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봄

딱 한 달 전 여행의 아쉬움을 채우려 했다.

1. 선암사~송광사 6.5km 산 길 포행을 할 것.

2. 선암매를 꼭 보고, 뒷깐 정호승 시인의 "선암사" 詩를 찍어올 것

3. 승선교 사진을 찍고, 굴목재 보리밥집에서 보리밥을 먹을 것.

안내 등산회 버스 대기를 걸어 놓으니 겨우 한자리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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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쉬움은 달랬으나 선암사~송광사 6.5km 는 스님들이 치열한 수행 중에 몸과 마음을 달래는

포행길 정도의 인식은 사치스러운 생각 이었다.

당초 길을 잘못 들었다 싶었는데, 작은 굴목재에 서니 이정표에 "장군봉 900m "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애초 포행을 생각 한 길이었다.

편백나무 숲에서 오랫동안 뒹굴거리고, 걸음을 늦추어 편안하고 즐거운 봄을 맞을 생각이었다.

계곡의 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물소리를 오래 들으려 했었다.

출발점에서 어긋났다. 편백나무 숲에서 큰 굴목재로 가야 했는데, 윗 쪽 작은 굴목재로 갔다.

그걸 알고도 작은 굴목재의 이정표를 보고, ㅁ음이 흔들렸다.

장군봉까지 900m ? 많이 가파르다 해도 왕복 1시간. 그리고 저기는 조계산 정상 아닌가?

힘도 들었지만, 내 나름 포행의 기본 컨셉을 완전히 뒤집어버리고, 제대로의 등산이 된 것이었다.

2월 초 마음 여행의 끝자락에서 기웃거리던 선암사.

그래도 익숙 해서인지 원통전 안쪽의 선암매와 삼지닥 그 속 깊은 정원을 바로 찾아간다.

600 년 선암매 노장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으셨다.

맞은 편 기와 담벼락에 기댄 젊은 홍매, 백매는 이제 막 기세가 오른 개화기이다.

막 피어나고 봉우리 지은 매화는 아주 아름다웠다.

선암사에는 600년 노장이 셋이다.

선암매와 소나무, 그리고 무량수전(나중 개축?)

詩人은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에 가라.

해우소앞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누구에게나 가슴 안쪽 저 구석진 곳에 아리고 아픈 슬픔과 상처가 있다.

사람들은 잘 울지를 못한다. 시인은 그 생리적 배설의 장소에서 마음의 상처와 슬픔을 배설하라고

외친다. 2층 누각의 세상 시원한 선암사 뒤깐에 가서.......

그 유명한 뒷깐 맞은편에 무량수전과 등굽은 소나무가 있다.

같은 버스를 타고온 사람들은 이미 자취가 없어 구도자처럼 온전히 혼자 걸었다.

제대로 가는 길인지 알고 여유를 부렸다.

편백나무 숲, 평상에 누워보고, 산죽이 울창한 푸른 길을 걷고 물소리를 들었다.

그저 숲 속의 작은 존재가 되어 맑은 숨 들이쉬고, 어디 작은 꽃 피지않았나 둘러보고,

푸른 산죽과 하늘 가득한 봄 기다리는 나무가지들을 눈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가파른 "작은 굴목재"위에 올라가 보니 조금 엇나간 걸 알았다.

그러고도 장군봉 욕심을 내었다.

산행길. 자주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욕심을 낸 선택을 한다.

욕심은 결국 고행과 후회를 가져온다. 그게 어디 산행길에서만 이겠는가.

살아가는 日常에 늘 선택의 순간을 만나고, 욕심을 내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않는가.

가파른 장군봉 오르는 길에 "배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 배를 매두었다나? 나는 지금 바닷 속?

포행을 포기하고, 시간에 쫒기기는 했으나, 산 중의 봄 풍광은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굴목재 보리밥집에도 들렀다.

산속의 산중 보리밥은 꿀 맛이다.

사람들은 등산화 끈을 풀고 툇마루에 앉는다.

아욱국을 곁들인 산채 보리비빕밥을 한그릇 뚝딱.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선다.

송광사로 가려면 아직 3.3km.

다시 송광사 굴목재를 넘어야 한다.

고개는 오르는 길이고,

다시 내려가는 길이다.

지친다리는 오르기도 내리기도 힘겹다.

온 산이 푸른 山竹 이다.

중학교 2학년 쯤.

복조리 장사를 했었다.

섣 달 그믐날, 복조리 두개를 한묶음으로

동네 집집마다 담장 너머로 던져 넣는다.

정월 보름날이 지나면 복조리 값을 받으러 다닌다.

돈이나 쌀 한됫박으로 받는다.

잘 주는 집도 있고, 미루는 집도 있다.

동네 형과 같이 했는데 수입은 크지 않았다.

산죽을 보니 그 생각이 났다.

송광사가 가까울 수록 계곡이 엄청 시원했고

폭포를 이루는 물소리가 청량하다.

울창한 대나무 숲 끝이 송광사이다.

송광사에도 맑은 선홍의 매화가 피었다.

담백한 돌담에 기대어 아주 거목인 산수유 여러 그루가 막 노랑색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우화각, 삼청교는 오후 햇 살을 받으며 언제나처럼 미모를 뽐내고 있다.

지난번에는 이 산 중에 눈이 펑펑 내렸고, 송광사 며 대나무 숲, 그리고 깊은 산 속이

온통 은세계였었지.

오래 별러왔던 선암사~송광사 포행길은 욕심으로 조금 힘들었다.

6.5km 라는 제 길이 최소 12km 는 훌쩍 넘었다.

그러나 마음은 가볍고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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