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월
안개가 자욱했지만, 숲 길의 느낌이 너무
좋다. 청량한 산기운.몽환적인 안개바다.
웅장하고 거친 너덜돌밭...
십수년 전의 달마산 종주산행의 추억,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그런데?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시간당 3km ,휴식시간을 감안해서
8 시간을 예상했는데...
만드신 분들의 고생으로 길은 참 걷기
좋고 삼나무,동백이며 소사,층층 등등의
숲속길이 더할나위 없다.
누군가 잘 다듬어 올린 돌길은, 많은 사람들의 꽃 길이다.
길에서는 사람들을 만나야 된다.
인사하고 격려하고 커피나 간식을 나누기도 하고...
단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17.6km 전체구간에 우리만 있는거?
걱정과 두려움이 안개처럼 엄습해 왔다.
雨中에 안개는 숲 속 가득하고,무엇보다
동행자 체력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달마고도 길이 없었을 때, 도솔암에서 미황사 까지 능선을 타고 등산을 왔었다.
사월 초파일 이었고 양력으로 5월 하순 쯤이었겠다.
만만치 않은 그야말로 암릉 연속의 능선 길이었다.
미황사에 내리니 100 폭 병풍같은 바위 봉우리 배경으로
절 마당에 색색의 16 각 연등이 주렁 주렁 이었다.
그 때 16색 싸인펜 스케치로 여행기 표지를 만들었었다.
처음 와 본 달마산 도솔암.
무엇보다 그 깍아지른듯한 절벽 위. 더 넓힐 수도 없는
법당공간이 두어평이나 될까? 두 사람이 들어가기도 어려웠고,
아 뜰 쌓아올린 돌담이 너무 위태로웠다.
도솔천(天)은 미래불,미륵불이 있는 희망의 하늘
기쁨이 머물고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라 들었다.
10년 전 과거 생각으로 미래 희망을 말하기에는 지금 우리의 현실은 너무 어렵다,
3코스 말미에서 300m 의 가파른 탈출로를 통해 도솔암으로 올라와 다시 600 m를 걸어 주차장으로 나왔고
거기서 택시를 불렀다.ㅠㅠ
미황사까지 22,000 원.
결국 4코스 7.3 km를 남겨 완주를
못한것이 되었다.
미련이나 아쉬움은 전혀없다.
아름다운 명품 숲길, 달마고도를 충분하게 걷고
느끼고 보았기 때문이고 안전하게 돌아 왔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 해도 그 17.6 km
비 쏟아지는 산중에 우리 두 사람만 존재 했었다는
사실은 사실 큰 공포 였다.
산 중에서는 사람을 엎고 내려 올 수가 없다.
119 ? 그 분들의 수고를 상상 하기도 싫지만,
이 무모한 산행의 죄의식을 어찌 감당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두려움이다.
높지는 않지만, 달마산의 암릉 산세는 만만치 않다.
오늘은 VIEW가 전혀 안되지만, 안개 자욱한 바위 무리들은 실로 신비로웠다.
해남 땅끝의 역동적인 바위산.
인도의 누군가가 배안에 불상을 싣고 표류 하다가 결국 부처의 당으로 상륙한 곳.
미황사 대웅전 주춧돌에는 물고기 그림이 새겨져 있다.
해남은 땅 끝이지만, 뒤돌아서면, 땅 시작이다.
다시 또 오자. 달마산 그리고 달마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