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전등사는 자주 가는 아주 좋아하는 여행지이다.
많이 안다고 생각 했는데, 어느 종편TV 방송을 보고, 무척 죄송하고 아쉬운 일이 있었다.
대웅전 여러 기둥에 쓰여진 많은 이름들이 조선 말, 신미양요 등 외국 군대와의 전투에 참가한
군인들의 이름이라는 것? 그것도 모르고 대웅전을 드나들었다는 약간의 죄책감....
거의 죽으러 가는 전투의 두려움을 잊고, 비록 적군과 싸우다 죽어도 "영혼 아니면 사후의 극락
왕생"을 스스로 기원했다는 처절한 무명 군졸들....
그런데 몇 군데 찾아보니 사실이 아니란다. 20세기 이후 전등사 불사에 참여한 기도객들이 써 놓은
것이란다. 칫 !! 그런거라면 죄책감 가질게 아니잖아?
오히려 국보급 유물에 불가의 가르침인 "늘 버려야 한다는 집착"을 내려놓지 못한 것?
대웅전 네 처마밑의 "나부상"도 사람들의 짓굿은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거리다.
대웅전 지은 대목장이 미래를 약속했지만 모은 돈 털어 도망간 절 아래 밥집여자,
대웅전 지을동안 기다리지 못하고 도망간 대목장 아내,
그래서 천년 만년 지붕을 떠받치는 고행을 시키려고 깍아 놓은 거라는 이야기.
학자들은 "불법을 수호하는 나찰(신중) 이라고도 한다.
아무렴. 천년고찰을 짓는 대목장이 그리 편협하고 옹졸 했을까?
대조루 계단. 탐스런 수국아래, 꽃무릇이 피기 시작 했다.
계단을 올라 대조전 누각 아래를 지나면
탁 트이는 대웅전 마당이다.
광해군 연대에 지었다는 대웅전은 단청이 오래되어 소박하다.
대웅전 내부 천정의 조각(조형)은 너무 정교하고
아름답다.
꽃무릇은 "상사화" 로 불리기도 한다.
잎이 져야 꽃이핀다. 꽃과 잎은 만날 수 없다.
뭐 그래서 절집에 많다?
사실 절집의 천연 염색재로 많이 사용한단다.
무엇이든 모르면 진실을 놓치게 되고,
자칫 주변에 거짓을 퍼트리게 된다.
전등사는 현존 最古 사찰로 많은 문화재와 유적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멋진 송림과 주차장서 올라 가는 길, 절 윗 쪽 정족사고 등을 포함,
걷기 여행지로는 最高 이다.
길게는 단군조선의 세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이
이른바 정족 산성으로 잘 정비되고 보존 되어 있으며, 조선 왕조 실록을 분산 보관 했던
정족 사고가 남아 있기도 하다.
산성의 정문이자 전등사 대문격인 "종해루"
위로 올라가 산성을 따라 올라가면 멋진 경치가
이어진다.
산성 남쪽의 성벽에서 안쪽을 보면 전등사 전경이 참 아름답게 보이고,
바깥을 보면 제법 웅장한 강화도 산과 바다 조망이 멋있다.
날이 맑으면 북한산 봉우라가 지척으로 보이기도 했다.
정족사고 뒤로 돌아 남쪽으로 산성을 돌아 종해루 까지 한바퀴 하는 것은 걷기 여행자의 기본 자세이다.
경관도 좋고, 늠름한 소나무들과의 만남도, 몇 백년을 지나온 성곽 돌들의 촉감도 좋다.
8월 극한 폭염의 한가운데지만, 먼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을 소나무가 한 번 걸러 아주 시원하다.
월요일 한 낮, 사람이 거의 없는데 , 여행을 온 엄마와 작은 아들을 만났다.
여행은 좋은 사람과 와서, 좋은 것들을 만나는 것이겠다.
꽃과 나무, 山과 바다, 옛 날과 지금, 솔잎차와 떡강정........
강화도는 백화점 같은 여행지다.
선사시대 고인돌 부터 현재의 화려한 펜션과 카페,
고려시대 항몽 과 조선시대 척왜,척양의 호국유적,
마니산 정상의 참성단 과 어디든 좋은 서해 낙조,
섬의 섬이 모두 육지가 된 석모도,교동도....
속노란 고구마와 순무김치, 인삼막걸리....
수도권이라 할 수 있는 접근성
여행 계획을 단단히 짜는 것도 좋지만,
일단 강화, 초지대교를 건너고 나서는
마음가는 대로 그냥 다니는 것도 좋은 여행 일 것이다.
초가을 쯤, 전등사에서 하루 놀기 여행을 생각 해 본다. 전등사 전각을 두루 두루 다니다가
이 쪽 산성을 한바퀴 돌아 이 소나무 아래 자리를 깔고 한나절 심심하게 무상하게 적막하게
시간을 보내는 거다.
8월 지금 전등사에는 백중 전후의 "생전 예수재"로왁짜하다.
생전 예수재는 "살아있는 동안 미리 자신의
극락 왕생과 해탈"을 준비하고 기도하는 불교의식이다.
대웅전 기둥의 숱한 이름의 주인들의 소망도
그랬을 것이고, 많은 이들의 종교 의식도 다 그런 것
아닐까?
"삶의 고단함과 죽음의 두려움을 떨치기 위한
절실한 마음"이 종교라는 글을 읽었다.
죽은 뒤의 좋은 세상을 바라는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서의 좋은 삶을 다짐하는
일이란다.
잠시 기운 좋은 곳에와서 잠시 심호흡을 하고,
지금 살고 있는 "내 세상"을 돌아보며
잘 살아가고 있는지?
더 잘아가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다짐하자는 의식이란다.
죽음의 준비가 아니라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이란다.
강화도 다니고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만 여행이랴?
한 사람이 한 일생을 살아가는 것도
여행아닌가.
좋은 여행
많이 했으면 좋겠다.
2025.08.11 류성철의 작은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