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걷기 1.

7월이 시작되었다.

장마도 빠르고 열대야도 시작 되었다 하지만,

들판은 지금 성장의 숨결이 거세다.

뜨거워야 자라고, 습해야 열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여행이라 한들 논두렁 걷기도 여행?

논두렁 걷기는 시간 여행이다.

어린 시절로의 여행,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로의 계절 여행.

이른 아침 부터 석양 까지의 하루 여행.....

집에서 조금 나가면 들판이다.

5~6월 한 밤중에는 개구리 합창도 들을 수 있다.

다른 논두렁은 가지 않는다. 오직 여기. 이 논을 경작하시는 분을 한 번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논 가꾸기에 진심이신 듯...

이 논두렁을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발이 편안하고 머리가 시원 해 진다.

몇 해를 두고봐도, 이 논은 언제나 가지런하고,

청결하고, 잘 자라고 언제나 풍년이다.

열병식 병사들처럼 벼들은 좌,우 줄을 잘 맞추고

잡초가 없고 태풍에 쓰러지지 않는다.

일부러 준비하지 않았을터인데

논두렁 흙은 적당히 다져저 있고, 발바닥의 감촉이

좋도록 부드럽다


어릴 적, 아버지는 콩 한됫박과 엇비슷으로 깍은

나무 막대기를 주셨다.

논두렁 바깥 쪽에 막대기로 구멍을 내고

콩두어대를 넣은 후 발로 꾹꾹 밟아주면 끝이다.

벼를 벨 무렵

그 논두렁 콩도 타작을 했다.

두세 말의 콩나물 콩을 너끈하게 거둘 수 있었다.



논두렁을 5바퀴 돌면 3,500보 정도.

2.5km 정도 된다.

편안한 길이지만, 좁은 길이다.

5월 초,

모내기를 하고 보면, 작은 모(싹)들이

여리고 여리다.

뜨거운 여름.

농부의 땀은 벼를 시퍼렇게 키우고

한 떼의 잠자리떼가 날고

태풍이 지나가면

벼 이삭이 패고, 여물어 간다.

보는 이가 이토록 마음 그득한데

농부는 얼마나 쁘듯하실까.

한여름 동안 흘린 땀방울이 누런 황금색일까?

열 서너번 쯤, 논두렁을 걷고

가을 바람이 불고 추석 명절이 지나던 어느 날,

텅 빈 들녁을 만난다.


논두렁길은 이슬에 젖은 아침과

햇 살이 강한 오후와 어둠이 내리는

저녁이 분명히 다르다.

논두렁 걷기는 짬짬이 즐기는 시간 여행이다.

농부의 땀흘려 가꾸는 수고가 아름답고,

햇살을 받고, 물을 빨아들여 쌀을 만드는

벼, 그 식물 자체의 생존도 사실

경의로운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따금 슬그머니 나타나

논두렁을 다섯바퀴 돌고 가는 어떤 나그네의

모습도 사계절 논두렁의 진풍경 아닐까 싶다.

언제 이 논의 주인 분을 만나면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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