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산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며25.12.27
북한산으로 깊숙히 들어서면 북한산을 온전히 볼 수 없다.
요즘이야 항공이나 드론 촬영으로 그렇지는 않지만, 山客이 보는 자연스러움은 아니다.
북한산의 다른 이름, 삼각산도 어디 구파발과 파주 중간쯤서 보아야 실감이 나는 듯하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로 잡혀가던 김상헌의 절명시도 아마 그 쯤서 보이는 관점 일 것이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삼각 꼭지점은 멀리서 보이기 때문이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 떠나자니......올동말동 하여라>
추운 날씨와 늦은 출발로 오늘은 북한산 뒷쪽 노고산을 가기로 한다.
흥국사 삼거리 전에 무슨 "시래기 밥과 생선구이 집"이 있는데 마주 맛있고 저렴하다.
늦은 아침 후, 흥국사 앞 주차장에 이른다. 흥국사 주차장은 넓고 무료라서 늘 신세지는 느낌이다.
老姑山 은 원래이름이 할미산 (따스하고 자애로운?) 이었는데 별도로 韓美산 으로 불리기도 했다.
내 생각은 할미산의 한자어로 억지 韓美山을 들먹이다 결국 할미를 늙은 할머니 뜻을 살려 노고산으로
한 것 같다. 할머니와 老姑가 어찌 같을 것인가
노고산은 해발487 m 로 836m 의 백운대를 올려 보게 되지만, 산행길 내내 북한산을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며 걷게 된다. 흥국사 기준 정상 까지 왕복거리도 5km 의 짧고 편안한 거리이다.
백배킹족들과 심지어 산악 자전거 마니아들도 많이 찾는 할머니(?) 같이 편안한 곳이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좀 거리를 두고 볼 때, 더 의미있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저기 오른 쪽 비봉능선 부터 무지 가파른 의상 능선, 가운데 원효봉 능선, 왼쪽의 상장능선과 그 사이
숨은벽 코스가 백운대로 모아지는 파노라마 뷰(view)의 감동은 노고산 산행의 참 맛이다.
파도인듯, 성벽인 듯 움직이는 듯, 버티어 선 듯.... 실로 서울의 진산이로다.
지금 저 골과 봉우리, 능선에도 숨 헐떡이며 오르고 내리고 웃으며 엉덩방아 찧으며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자주 편하다고 하지만, 노고산 등산길도 나름 산능선을 타고 달리는 구간이다.
산행길 중간에 두 세군데 소나무 군락지가 있다.
위로 뻗기보다 어깨를 낮추고 솔향을 피워 휴식을 도와 주는 숲이다.
뜨거운 커피를 호르락 거리고, 여름 날에는 털썩 앉아서 한 참 졸아도 좋을 곳이다.
老姑께서는 삼신할머니이신가?
노고산에는 - 나 만의 느낌이지만- 쌍둥이 삼둥이 다둥이 나무들이 많다.
중간 중간의 솔 숲에도, 그리고 상수리 갈참나무도 한뿌리 여러 갈래 나무가 많다.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는 어렵지만, 내 눈에는 분명하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정리도 필요하고, 새로운 마음도 챙겨야 할 시간이다.
편안한 능선길에서 지나온 먼 날을 생각하고
다가 올 먼 날도 그려보면서 한나절 호흡을 조절 해 보는 산행길이다.
갈색의 갈참나무 숲, 작은 진달래 가지에
작은 생명이 겨울을 나고 있다.
겨울은 혹독하겠지만,
이 작은 생명은 봄이 되면 애벌레가 되고,
작은 숨으로 나방이 되어
북한산과 노고산 사이를 날아다닐 것이다.
사람에게만 할미겠는가
이 작은 생명도 할미 품에 있는 것이다.
봄 날이
새 날이 오리라.
등산로에 전에 보지 못했던 개선문이 생겼다.
오르는 사람도
내려오는 사람도
당당하고 기쁘게 오가는 개선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