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대

힘들면 몸이, 귀찮으면 마음이 늙은 것이다.

by 류성철의 작은여행

제목은 백운대로 쓰고 인수봉 사진을 넣었다.

바람이 너무 불어 백운대 태극기 아래는 몸을 가누기도 어려웠고, 나름의 VIEW는 인수봉과

저 멀리 도봉 주능선과 오른쪽 수락산이 그림처럼 펼쳐저 있기 때문이다.

태풍처럼 바람이 부는 날, 온 산이 흐트러질 듯 바람이 불었다.

새 해 첫 날 일출을 맞으러 백운대를 매년 다녔지만, 올 해 가족 행사로 가지 못했다.

나는 새 해 첫 날 백운대 해맞이 산행을 금지하자는 민원을 국립공원에 제기한 사람이다.

너무 사람이 몰리고, 복장과 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이다.

해가 뜰 시간, 그리고 내려오는 시간 중간 백운문(위문)서 정상까지 체증이 생겨

올라가지도 내려 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기 때문이다.

2.6 km 와 4.1km

짧고 가파르게 VS 길고 완만하게?

대남문 지나 산행초입의 새마을교 갈림길.

자주 주저하고, 고민하는 시간이고 장소이다.

4.1KM는 중성문-중흥사-북한산대피소-용암문-위문 코스이다. 2.6KM는 원효봉 갈림길-대동사 -위문.

갈림길.

사소하지 않은 일의 주저와 고민, 망설임을 넘어

결정의 번복은 고통이다.

새 해들어 직장에 대한 갈등과 고민으로 혼란스럽다. 이 거친 바람이 부는 날, 기어이 백운대를 오르게 된 것도 이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바람에 날려 보내고자 함이다.

2.6KM 짧고 가파는 길이 오늘은 어렵지 않았다.

위문 가까이의 바람은 정말 숲과 바위를 날릴 것 같은 엄청난 골바람이었다.

서해 바다의 풍랑이 한강을 거슬러 김포 벌판을 지나 이 북한산 골짜기로 그 폭을 좁혀 세차게 치고 올라 오는 중이다. 백운대에 서면 그 바람의 통로가 짐작이 되는 것이다. 바람은 바다에서 처럼, 땅 위에서도

파도를 만든다. 저 아래 원효봉 능선, 의상능선 그리고 맨 뒤의 비봉 능선, 구름까지 검은 파도처럼 밀려 온다.

바위가 막아서고, 나무들은 더 큰 물결을 만들어 낸다.

836m 의 백운대는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이고, 태극기는 펄럭이지 않고 사뭇 찟어질것 같은 굉음을 내고 있었다. 무슨 태초의 세상을 만난 듯, 그렇게 모두가 요란하다.

여러마리의 고양이도, 까마귀도 오늘은 모두 숨어있나 보다.

어느 山客이 놓친 검은 비닐봉지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다 인수봉 너머로 다시 곤두박질을 했다.

인수봉은 810m, 만경대는 800m 그래서 삼각산이다.

인수봉은 참 늠름하고 아름답다.

저렇게 미끈하고 곱고 의연하고 젊고 힘차고 준수하고 근엄할 수 있을까?

바람소리를 잊어버리고

인수봉을 오래 바라볼 수 있겠다.

백운대 아래 너른 바위에서

물멍, 불멍처럼 인수봉 멍을 하고 있으면,

모든 시름과 갈등과 혼란을 잠재울 수 있겠다.

몇 안되는 암벽 전문가들 말고는 저길 올라가 본

사람들이 없을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백운대서 건너다 볼 뿐이다.

등산로 초입의 그 작은 주저와 고민, 갈등이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장벽이기는 해도,

잠시 내려놓고, 불끈 용기를 내는 작은

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

그뿐이랴

그 출발점에서 시작된 작은 용기가

산 같이 커지고 바람처럼 부풀어져

인생의 큰 파고를 넘어 갈 힘이되고

길이 될 수 있지 않으랴.



바람이 오지못하는 바위 암벽 뒤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단팓빵의 그 풍성한 달콤함으로 배가 부르다.

엉텅이를 털고 아슬한 벼랑길을 내려 위문에서 용암문, 대피소 그리고 대동문으로 길을 잡아

부지런히 달린다.

바람은 더 미친듯이 울고, 낙엽은 한방향으로 굴러 커다란 뭉치가 된다.

처녀치마

이렇게 혹독한 겨울,

품안의 작은 꽃시를 품고 봄을 기다린다.

꽃대가 올라 꽃을 피울 때 까지...

이 작은 생명이 무리지어있는 곳을 나만

알고 있다.(극성스런 사진작가 아저씨들도)

눈이 녹고 바람에 온기가 드는 3월 중순이면

나는 늘 이 꽃을 찾는다.

아주 이른 봄, 노루귀와 함께 나를 북한산으로

불러 내는 녀석 들이다.

중성문을 지날 즈음,

그 험한 바람에 눈송이가 실려져 세차게

쏟아졌다.

오늘 산행

바람, 태양,구름, 눈보라

있을건 다 있는 겨울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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