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아침,내소사 와 청련암

둘째날

by 류성철의 작은여행

새벽 5시, 도둑 고양이처럼 조용히 집을 나섰다.

월요일, 자칫 수도권을 빠져 나가기가 어려울듯 해서 서두르는 길이다.

서서울 톨게이트 지나 순담 터널. 지난 4개월 매주 월요일 마다 이 시간을 지나갔다.

도대체 새벽 6시도 안되는 시간의 정체는 무엇인가.

왜들 이렇게 바빠야 하는가 의문이었다. 오늘은 출근길아닌 여행길이다.

잘 돌아다니는 나도 모르게 고속도로가 많이 개통된다. 서해 대교를 건너지 않고 평택-부여로 다시 공주-서천으로, 다시 원래 서해선으로... 8시30분 나는 능가산 내소사 일주문으로 들어선다.

전나무 숲

그 시원한 기상과 청솔한 향기로 가슴을 씻는다.

숲을 지나면 이 쪽 번잡한 곳과는 다른 세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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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山寺의 아침은 텅 비었다.

새벽 예불을 마친 스님들은 침묵으로 모습이 없고, 봄의 향기로운 꽃도, 여름 무성한 녹음도,

가을의 그 아름다운 단풍도, 시끌벅쩍한 많은 관광객들도 모두 없다.

보여주려함도, 나서려함도 없다.

1,500년 시간을 지켜가고 있는 당산할머니 나무에게 인사를 드린다.

눈이 녹아내리는 처마밑에서 그 낙숫물을 정수리에 한 방 맞는다.

무슨 깨우침의 의식처럼....

법당에 들어가 108배를 서둘렀다. 이 공간에 나 혼자 있고 싶은 욕심이 일어서이다.

부처님의 세계를 잘 몰라도 법당 천정의 화려함은 경의롭다. 특이하게 커다란 용(龍)은 물고기를 물고 있다.

사람들의 상상 세계는 실체 저 불화 속의 세상과 많이 비슷할까?

법당에 20 여분쯤 앉아 있었다.

되뇌이는 기도가 없지는 않았으나, 이 엄숙하고 긴장되는 공간이 내 머리와 마음과 생각속으로

어떤 기운이 스며 들어올 것 같은 기대를 갖기도 했다.

엄격한 의식이 서툴지만, 작은 소리로 "마음의 평화"를 되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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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더없이 아름답다고 모두들 극찬하는 내소사 대웅전 꽃살문을 가만히 만져 본다.

단청을 하지 않아 나무 본연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정교한 조각의 꽃문양을 하나하나 깍아 끼워 맞춘 그 정성과 정교함이 부처의 세계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간절함이었을까.

천년 고찰에 전해오는 전설이나 설화도 참 많겠으나, 마음 여행자는 그저 조용히 체감 할 뿐이다.

대웅전 처마밑 주춧돌 턱에도 잠시 앉아서 시간을 거슬러보기도 하고 앞 시간을 당겨서 보기도 한다.

지나온 길과 앞으로 다가올 길을 되새기고 가늠해 보는 것이 구도(求道) 아닐까.

가본적 없는 곳, 1km 산 중에 있는 청련암을 오르기로 했다.

콘크리트 포장은 되어 있으나 이어질 듯 끊어 질듯한 가파른 숲 길이다.

햇 살이 좋고 바람이 좋고, 막 시작된 사시예불의 목탁 소리가 길 중간쯤의 관음암에서 계속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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蓮연 꽃이 있을 법한 연못은 없고, 대나무 숲 깊숙히 청련암이 있었다.

댓돌위에 가지런한 털신이 하나 있기는 했으나, 아무도 없는 듯 했다.

산 벼랑이 병풍이고 내포 곰소항 너른 갯 벌이 그림이다.

청련암이 이 그림 속의 연꽃인가?

여기 앉아 있음은 그래도 호화로운 시간이다.

마음이 순하고 편안해 지니 제대로의 여행이다.

위로가 되고 즐거움이 된다. 이만하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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來蘇寺는 여기에 들어는 모든이의 소생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한다.

633년 백제 무왕때 창건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古刹 이자 高刹이다.

다만 대웅전등은 모두 임진왜란 이후의 건축물이다.

사실, 서울의 5개 궁궐을 포함하여 내노라하는 사찰들의 건축물은 대부분 임진왜란 당시 소실 된 것을

다시 지은 것이다. 참 일본나라는 우리에게 저지른 죄가 크다.

다시 전나무 숲을 걷는다.

나오는 길이다.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지?

마음을 두고 나오는 길아닌가.

그럼, 지금 내 마음은 비어 있는가?

일주문을 나서는 나는

들어 설 때의 나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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