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없었는데, 내 그림자가 둘이었다.
여름엔 자꾸 그런 착각이 든다.
어디에 기대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덜 무거웠고,
혼자 걷는 길인데 발소리가 겹쳐 들렸다.
빛이 너무 많아 그런가,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순간들이 이상하게 자주 찾아왔다. 땅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며 가만히 손을 흔들어 봤을 때 한 줄 더 따라오는 그림자가 자꾸 네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말을 걸 순 없었지만 나는 가끔 그 그림자에게 웃었다.
너는 없는데, 이 계절은 왜 자꾸 너를 품고 있을까.
어쩌면 여름은 나보다 너를 더 오래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기억의 곁을 걸으면서 이상하게 조금 든든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