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마다 불행의 총량이 정해져 있고, 그게 다 쓰이면 행복이 무한대로 시작될 거라 믿는다. 그래서 내게 나쁜 일이 일어나면 속으로 웃었다. 불행 하나가 줄면 행복 하나가 생기는 셈이니까. 어떤 계절을 건너, 어떤 날을 맞아도 나는 여전히 마음속에서 숫자를 세곤 했다. 불행 하나를 빼고, 행복 하나를 더하는 계산.
오늘은 가는 비가 도로 위를 적시고 있었다. 소리 없는 빗방울이 검은 아스팔트 위에 닿을 때마다 희미한 원형의 물자국이 번졌다. 횡단보도 앞. 신호등이 초록에서 빨강으로 바뀌자 사람들은 우산을 고쳐 쥐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건넜다. 빗물이 튄 운동화 자국들이 길 위에 촘촘히 남았다. 그 틈에서 나는 잠깐 멈춰 섰다. 빨간 불빛이 젖은 도로를 넓게 덮고 있었다. 물웅덩이에 비친 불빛이 바람결에 흔들리며 잔물결을 만들었다.
몇 걸음 앞에서 한 아이가 달려와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손바닥 위. 빗물에 젖은 작은 구슬이 반짝였다. 그것은 이미 금이 간 모습이었고 미끄러진 파편 하나가 작은 소리를 내며 굴러와 내 발끝에 멈췄다. 닿은 구슬을 다시 툭- 하고 아이 쪽으로 굴렸다. 그 작은 조각이 물웅덩이를 지나며, 잠시 더 빛났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순간마다 그 표면이 반짝였다. 나는 그 반짝임이 곧 사라질 걸 알면서도 도로 위 불빛이 파랗게 바뀔 때까지 오래 바라봤다.
불행이 하나 줄어드는 순간도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작고 짧지만 분명 존재하는 반짝임. 언젠가 불행의 총량이 다 쓰이면 이 빛은 멈추지 않고 이어질 거라고. 마치 사람들의 우산 위로 끝없이 쏟아지는 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