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야기를 읽고도 서로 다른 문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너도 알고 있었을까.
우리는 전혀 닮지 않았는데
같은 구절에서 멈췄고,
서로 다른 페이지에서 시작했지만
이상하게 비슷한 문장에 밑줄을 그었잖아.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받는 순간이 있었고,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안심되던 때도 있었어.
내 사랑은 늘 그런 식이었던 것 같아.
같은 속도로 걷지 않아도
가끔 같은 장면 앞에 멈출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었지.
우리는 결국 서로를 지나쳤지만
나는 아주 오래,
우리를 닮은 그 한 페이지를 기억하고 있어.
언젠가
같은 문장 아래에서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그때에도
나는 너를
기억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