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애의 버릇을 아직도 벼리며 살았다

[시는 언제나 멀리서 오노라고] 詩 열

by 온율

갓난애의 버릇을 아직도 벼리며 살았다


머릿속에 우겨넣는 것이 많아지는 만큼

인식의 근해는 옅어지는 것 같다

하루하루의 어렴풋한 발로를 그저 침전하는 데에 써버릇하며 산다


참 착한 애야

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나를 버리며 살았던가

오래된 근막을 벗겨내지 못하고 끝내 그 속에서 굳어가는 피와 살의 우직스런 강성

그러나 나는 내 어린 날의 인고조차 채 마다하지 못했다

돌맹이로 후드려 맞는 검은 낙타의 눈

그 눈 속에 들어찬 혈흔의 자애

사랑은 모두에게나 가까이에 있다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취객의 발광을 고요히 받들며

옆 건물의 철창 밖으로 손을 뻗어 담배를 피워대는 사람은

영원히 그 그림자를 유리창 앞에 박제해 놓으리라고 남몰래 생각한다



hddh.JPG Photograph 2022/05/03 © Onye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