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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레몬 Aug 06. 2024

나는 왜 이렇게 불안이 많아졌을까?

[내가 없어도 지구는 돌아갑니다]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다 잘된 것 같았는데 문득 작년에도 이런 비슷한 문서에서 잘못됐던 부분이 떠올랐다.

'왜 이제야 생각이 났을까? 다시 다 고쳐야 한다. 그래도 큰일 터지기 전에 막을 수 있겠구나!'

다시 처음부터 뒤집어 본다.

그러다 보니 앞 문서에서도 틀린 것을 찾았다.

'다행이네. 이제 끝!'이런 생각은 1도 없다.

찜찜하다.

주말에 소파에 누웠다가 머리에 섬광처럼 스치는 놓친 부분이 생각나 벌떡 앉았다.

'아! 그래 그것도 챙겨야 하고 업체에 전화도 해야겠구나'

주말에도 on&off가 전혀 안된다.

찜찜한 마음에 일요일 출근을 한다.

다시 보고 확인하고

이렇게 해야 다음 주 준비가 된 것 같다.

월요일 아침 눈을 떴다. 눈 뜨자마자 할 일들이 생각났다.


완벽주의자도 아니었고 1등도 아니었다.

일 잘하는 레젼드 선배들한테는 발꿈치도 안된다.

근데

나는 왜 불안에 함몰되어 가는가?

일도 관계에서도 여유가 없다. 빡빡하다.

흐트러지고 싶은데 한번 흐트러지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다.

여기저기 물 새는 판잣집에서 깡통을 여기저기 두고 떨어지는 물의 양만 확인하고 사는 기분이다.


감정이 건강하지 않으니 상사와도 불편해진다.

'왜 나한테만? 내가 만만한가?' 싶은 못난 생각이 든다.


주말 내내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일을 마무리하고 신입에게 뒤처리를 맡겼다.

며칠 후 넘겨진 일이 틀어져서 보고된 것을 확인했다.

신입을 불러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틀린 걸 확인하고 나서 아주 잠깐 실망한 듯하더니 금세 말한다.

"아~ 틀렸네요. 확인한다고 했는데.. 틀린 대로 보고가 다 끝나서.. 다음엔 안 틀려야겠어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뭐야? 이 무대보는? 왜 이렇게 당당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화도 안 났다.

부러웠다.

'그래! 회사의 흥망을 좌지우지하는 프로젝트도 아니지 않은가? '

일은 안 한 것도 아니고

다음엔 안 틀리면 된다.

다음엔..


아는 것들이 많아지고

책임질 일이 많아지고

실패한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위축되어 갔다.

작아질 대로 작아져서 없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다음이 없는 사람처럼 여유가 없었다.


성공한 일도 있는데 왜 내 뇌는 '실패'의 흔적만 기억할까?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꼼꼼했다고~

우리 엄마가 이 꼴을 보면 기가 막혀하실 것 같다.

내 책상 하나 정리도 못했었는데..


내가 없어도 지구는 돌아간다고~~


류시화 님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라는 시집이 있다.

일도 사랑과 같다.

'일하라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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