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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r 24. 2024

밀라노에서 사는 사람들을 시작하며

프롤로그

밀라노에 산지 3년 차가 되어간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과연 1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3년 차라니.... 감회가 새롭다. (힘든 회사 생활을 잘 버텨주고 있는 남편님께 감사를 전하며....)


그만큼 책임감도 느낀다. 이만큼이나 살았으면 이탈리아 말을 좀 더 잘해야 될 것 같고, 이 정도 살았으니 밀라노의 명소와 맛집 정도는 꾀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탈리아 말을 잘 못하고, 밀라노 시내에 가려면 구글맵을 켜고 가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욕심과 의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밀라노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해보고 싶은 욕심이랄까.

내가 밀라노에서 만난 사람 중엔 40년 전에 이곳에 온 사람이 있다. 40년 전이라고 하면 내가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데, 그 시절에 한국인이 밀라노라는 낯선 땅에 와서 어떻게 살아내셨을까?


성악으로 유학을 왔다가 지금은 사업을 하시는 분, 남편과 유학을 왔다가 꽃집을 하시는 분, 디자인으로 유학을 왔다가 아이들을 모두 키워놓고 50이 넘어 뒤늦게 작품활동을 하시는 분, 시에서 운영하는 합창단에서 활동하시는 분, 오페라가 너무 좋고 무대가 너무 좋아서 프래랜서 프리마돈나로 활동하시는 분, 주재원으로 왔다가 아이들 학업을 위해 사업을 시작하신 분, 유학을 마치고 돌아가려다 남자친구를 만나 결혼하고 애를 낳아 여전히 살고 있는 분, 부모님의 이민으로 따라왔다가 밀라노에 살게 된 한인 2세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밀라노에 살고 있다.


꿈과 희망을 품고 유학을 오거나 이민을 오지만, 이탈리아에 잘 스며들어 뿌리를 내리고 싹을 내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이란 다른 나라에 비해 몇 배의 힘이 드는 것 같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고, 행정적인 절차가 너무나도 느리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지금도 비자 신청을 하거나 체류허가증 연장을 신청하려면 종이 서류에 기입하고 우체국에 직접 가서 서류를 접수하고 보내야 한다. 얼마 전에 신청한 우리의 체류허가 연장을 위한 미팅이 12월에 잡혔다니, 말 다했다....)


이런 곳에서 삶을 일궈내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을 경험하며 그럼에도 내 삶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꽃을 피우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 삶 앞에서는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단지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고 감동이 되었다면 마음껏 응원해 주면 되는 일이다.



이제부터 시작할 이야기는 바로, 밀라노에서 이방인으로 살고 있지만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나의 응원이자 박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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