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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r 24. 2019

오빠와 여동생, 그 오묘한 관계

때론 가장 좋은 친구, 때론 원수

우리 집 두 아이는 하나부터 열 까지 매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남녀의 차이일 수도 있고,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성향 자체가 다른 것 같다.


큰아이 지안이는 뭐든지 조심스럽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좀 느리다. 엄마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무뚝뚝하고 웃음을 흘리지 않는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친한 친구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준다. 집에서는 개그맨을 따라 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BTS 노래를 불러준다. 집을 좋아하고, 자기 방에서 조용히 노는 것을 좋아한다.

반면 둘째 소은이는 조심성이 부족하다. 잘 흘리고 잘 떨어 뜨리고 잘 고장을 내고 깨트린다. 말이 많고 쉬지 않고 흥얼거린다. 지는 것을 싫어해서 오빠가 자기보다 잘하는 것에 짜증을 낸다. 사람을 좋아하고 아무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한다. 외국 친구들 사이에서 조차 거드름을 피우고, 밀당을 하는 등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베이비 시터가 꿈이라는 아이에게

“그건 노력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  그건 전문적인 일이 아니라서 돈도 많이 못 벌어.”

라는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더니,

“하지만 아기를 돌보는 일도 중요한 일이잖아.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잖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내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한 거지...... 일에 대한 귀천의식이 없는, 아이에게 아이를 돌보는 일이 매우 하찮은 일이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것은 주부의 일이기도 하고 바로 내 일이기도 하다. 주부의 일을 하찮은 일처럼 말을 하다니.... 순간 멈칫했다.

“그래. 아이를 잘 돌보는 사람이 꼭 되렴.”

둘째 딸의 행동은 허술하지만, 말은 똑부러진다. 말로는 이겨낼 수가 없다.




어느 집이나 비슷하겠지만, 우리 집의 두 아이도 매일매일 싸운다. 그러다 언제 싸웠냐는 듯 꽁냥꽁냥 놀고 있다. 그러다 또 싸우고, 다시 놀고.......

하루에도 여러 번 싸우고 놀 고의 반복이다.  그런데 항상 패턴이 비슷하다.

둘이 놀다가 실수로 오빠가 동생을 때렸거나, 동생 물건을 가지고 놀고 싶은데 동생이 양보를 안 하거나, 오빠가 뭔가를 뺏었거나 또는 놀렸거나......

엄마~~~ 오빠가 나 때렸어.
엄마~~ 오빠가 나 놀렸어.
엄마~~ 오빠가 내 물건 뺏었어.

대부분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만 때려서 동생을 울렸을 경우에는 개입을 하는 편이다.  


오빠도 거의 같은 패턴을 보인다.

엄마, 소은이가 너무 싫어
소은이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동생이 없으면 좋겠어


아이가 마음이 힘들어서 내뱉는 말이겠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선뜻 아이의 마음을 인정해 주기가 솔직히 어렵다. 그래서 가끔은 타이르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고 한다. 요즘은 그냥 무시하고 있다.



우리 두 아이는 한국 친구가 거의 없는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에 가끔은 서로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예전에는 엄마가 잘 놀아주었지만 이제 엄마도 하고 싶은 일들이  있기에 그다지 잘 놀아주지 못하고 있다. 그 자리를 동생이 대신해준다. 함께 소꿉놀이도 하고, 축구도 해주고, 둘이서 숨바꼭질도 한다. 둘이서 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뭐가 재미있는지 깔깔대고 웃는다. 나만 모르는 웃음 코드가 저 두 아이에게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가끔 두 아이가 자기들 방에서 한참 동안 나오지 않고 놀고 있을 때가 있다.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보면, 방안 가득 인형들을 눕혀놓고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서로 부부도 됐다가, 마트 아저씨와 손님도 되었다가, 아기와 엄마가 되기도 한다.

엄마, 우리 지금 엄마 도와주고 있는 거야. 둘이 사이좋게 노는 것이 엄마를 도와주는 거 맞지?”

그래. 정말 고맙다......



두 아이는 함께 프렌치 스쿨을 다니지만 학교에서는 함께 놀지 않는다. 무뚝뚝한 지안이는 학교에서 소은이를 봐도 인사도 안 하고 본체만체한다. 소은이는 오빠가 반가워 아는 채를 하지만 오빠는 멀리 달려가버린다.

하지만 지안이는 멀리서 소은이가 뭘 하고 있는지 다 보고 있다. 매일매일 누구랑 놀고 있는지, 뭘 하고 노는지 다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는 무뚝뚝 하지만, 뒤에서는 든든한 오빠이다. (소은이가 학교에서 누구와 뭘 하고 놀았는지 날마다 엄마에게 보고하다시피 말해준다.)




식당에서 종이접기 중


하루 종일 심심한 아이들은 색종이로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제 엄마가 접어주지 않아도 오빠가 알아서 접어주고, 동생은 옆에서 보조가 되어준다.  원수처럼 울고 불고 싸우다가도 어느새 같이 축구를 하고 있거나,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모든 형제, 자매, 오누이 관계가 그렇듯이 우리 두 아이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하고 가장 나쁜 원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함께 방글라데시에서, 그리고 인도에서, 프랑스 학교에서 함께 지내온 시간 덕분인지

약간의 동지애가 있다. 엄마는 모르는 불편한 경험들,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험들을 두 아이는 서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엄마가 모르는 프랑스 말이나 문화를 이야기할 때는 두 아이가 대동단결이

되어 엄마를 가르치려 든다.


오빠와 여동생의 관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나에게는 오빠가 없고 언니들만 있다. 어려서는 언니들과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서로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준다. 특히 큰언니는 나에게  친정엄마 같기도 하다.


두 아이가 서로 경쟁상대가 아닌, 서로 힘이 되어주는 사이로 컸으면 좋겠다. 사춘기가 되고, 성인이 되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악동 뮤지션”노래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설명을 해주었다.

“이 아이들도 오빠와 여동생인데, 같이 노래를 부른대. 이 아이들도 친구도 없는 몽골이라는 나라에서 컸대. 그리고 오빠가 기타를 치고 동생이 노래를 부른대. 멋지지 않니?”


함께 외로운 환경에서 지내온 이 시간들이 나중엔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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