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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09. 2019

 뭄바이에서 첫 겨울 방학 보내기

두 아이와 함께 뭄바이 프렌치 스쿨의 긴 겨울방학 보내기

프랑스 학교는 방학이 많다. 그 중에 여름방학이 가장 길고(약 두 달), 그 다음이 겨울 방학이다. (약 3주) 2월에 한번, 4월에 한번, 10월에 또 한번 중간 방학이 있다. 방학을 하면 아이들과 오롯이 함께 지내야 하니, 그 느낌은 아이를 아직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은 전업 육아맘의 심정이라 할 수 있다.

6년동안 방글라데시에 살면서 아이들도 나도 집안에서 놀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꽤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잘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힘든 겨울 방학을 보냈다.


프랑스 사람들은 방학을 하면 다들 바캉스를 떠난다. 그들은 여름 휴가, 겨울 휴가를 위해 돈을 모으고 일을 한다. 여행이 그들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하는 것 마냥 방학만 하면 어디든지 떠난다.

"이번에 어디 가?"

"어디 갔다왔어?"

물어보는 그들의 질문에 난 대답 해 줄 말이 없다. 난 프랑스 사람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서민중의 서민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매 달의 휴가를 모아서 3주씩 휴가를 갈 수 있는 그들의 나라와는 달리, 여름 휴가 일주일도 눈치를 보며 써야 하고, 한국가는 티켓도 2년에 한번 나오는 .난 한국사람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우리는 그냥 뭄바이에 머물렀다. 뭄바이.......

가끔 인도로 여행오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대부분 인도의 다른 지역을 여행한다. 뭄바이에는 특별히 볼 것도 없고 물가가 다른 도시에 비해 3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굳이 이 도시는 여행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잠시 들려 쉬었다 가는 여행객들은 비싼 물가에 혀를 내두른다.

나도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녀볼까 생각했으나, 갈 만한 곳도 없고, 굳이 가더라도 차만 타면 멀미를 하는 큰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닌다는 것이 더 힘들어 질까봐 그냥 집에서 '멍떼리기'를 했다.



먼 바다를 바라보며 무념무상으로 멍을 떼린다.

아무 생각없이 침대에 누워 멍, 하니 누워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장난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냥...... 본다.


이 시간은, 이 곳은 멍떼리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와 시간이다.

창밖을 보며 멍 떼리는 아이들




집안에서 멍떼리기가 힘들면 돗자리를 들고 아파트 마당으로 나가 멍을 떼렸다.

아이들은 축구 놀이하자. 소꿉놀이 하자. 분주하지만, 내 입은 아이들과 함께 있을지언정 내 정신은 이미 텅 비었다.


놀고 있는 아이들 옆에서 멍떼리기


하루종일 아이들과 붙어있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는 말,

“엄마, 놀아줘. 심심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라는 것!! 엄마들은 아마 알 것이다.


뭄바이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이 방학은 더욱더 느리게 흘러간다.




내일 이면 개학을 하는데, 방학동안 뭘 했지?


그나마 건진것이 있다면 날마다 꾸준히 한글 공부를 한 것.

평소에는 영어와 프렌치 공부 때문에 하지 못했던 한글 공부를 날마다 했다. 그래봐야 학습지 한, 두장의 불량이지만.

집에서 공부 시켜본 엄마들을 알것이다. 학습지 한장 풀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한글 공부하는 아이들


큰 아이의 친구 중, 까마귀


아이에게 한글 공부를 시켜면서 처음 알았다.

자음”ㄷ”이 얼마나 어려운 글자인지.

글자의 방향만 알면 되는 것을,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방향을 잃은 “ㄷ”은 전혀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그게 무슨 글자인지.


방향이란 참 어렵다.
내 삶의 방향만 알아도
그 삶은 성공한 것이다


내일 학교에 가면 어디, 어디 다녀왔다는 에피소드가 쏟아질 것이다. 우린, 집에서 한글 공부 했다고 고백해야겠다.

다음 방학때는 우리도 프랑스 사람들 처럼 어디로든 떠나볼까.......



창밖으로 보이는 일몰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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