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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Dec 31. 2018

ellipsis bakery

뭄바이의 숨어있는 장소 찾기

큰아이는 12월 27일에 태어났다. 애매하게 한 살을 먹었다. 매 번 겨울방학 이라서 친구들과 생일파티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이번에도 방학이라는 핑계로 가족들끼리 케잌을 사다가 촛불을 끄기로 했다.

집 근처에 베이커리를 검색해 보았다. 여러 베이커리 중에 현지스럽지 않은, 빵과 케잌을 파는 곳을 찾아 보았다. 이왕이면 다른종류의 빵도 더 사올 생각이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ellipsis bakery이다.

차가 없는 우리는 항상 우버택시를 이용한다. 두 아이들을 데리고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이 사실 많이 번거롭다. 하지만 평소에 차를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고민하다 차 사기를 내년으로 미루었다.

우버 택시가 좋은 점은, 미리 장소를 지정하기 때문에 택시를 타서 특별히 '어디로 가자'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우버 앱에서 우리의 장소를 지정하고 우버택시를 탔다.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뭔가 베이커리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종종 잘못 된 구글맵의 위치 설정으로 이상한 곳으로 가곤 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잘못 찾아왔나, 하는 생각을 5번 정도 하며 택시에서 내렸다.

"엄마, 여기 아닌것 같은데? 잘못 왔나봐."

"그러게. 이상하다. 여기가 맞는데."

"이제 어떻하지?"

"글쎄...... 혹시 모르니까 더 찾아보자."

분명 저쪽에 "ellipsis bakery"표지판이 있었다. 혹시나 하고 옆에 있는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그 아저씨는 여러번 해보았다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앞으로 쭈욱 더 가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있어요."

라고 말해주었다.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 길 양쪽으로는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이 쌓여 있었다. 흙먼지가 일었다. 저 뒤쪽으로는 한참 빌딩이 높이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곳은 베이커리가 아니라 공사장 이었다.

"엄마, 여기에 진짜 빵집이 있을까? 공사장 같은데."

"그러게....... 그래도 한번 가보자."

조금 더 걸어 들어가 왼쪽을 보니, 반가운 표지판이 있었다.

"찾았다. 맞게 찾아왔네. 신기하다. 이런데 빵집이 있다니."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바깥의 공사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베이커리가 나왔다. 사뭇 베이커리 카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와...... 여기 진짜 신기한 곳이네."

"그러게 엄마. 신기하다."

케잌과 다른 빵을 고르고, 커피와 핫초코를 시켰다. 그러면서 한마디 보탰다.

"나 여기 찾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네. 지도에 위치가 좀 어렵게 나와있어요."

나같은 사람이 한두명은 아닌 듯 하다. 직원은 빙그레 웃으며 내가 주문한 커피와 빵을 준비해 주었다.

뒤쪽으로는 열심히 빵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손님 한명은 여유롭게 앉아서 노트북으로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번씩 우리를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시끄러운 우리 두 아이는 여기 저기를 구경하느라 바쁘다.

"엄마, 바게뜨 사줘."

"엄마, 이 쿠키도 사줘."

새로운 베이커리를 찾았다는 기쁨으로 마음껏 여유로워진 난 아이들이 사달라는 것들을 모두 사주고 말았다.

커피는 부드러웠고, 핫초코는 초콜렛을 녹여놓은 듯한 맛이었다.

우리만 아는 장소가 생겼네  
신난다~


남들은 모르는 우리만 아는 장소가 있다는 기쁨.

새로운 곳을 발견했다는 기쁨을 마음껏 누려 보았다



뭄바이에 두 꼭지쯤 적응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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