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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09. 2019

우리는 왜 여기에 왔을까?

이 시간도 추억이 되기를

2012년, 3월 큰아이가 3개월이 체 되지 않았을 때, 남편은 우리를 남겨두고 방글라데시, 치타공으로 떠났다. 그곳은 듣도 보도 못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해 10월, 10개월이 된 큰아이를 데리고 남편을 따라 치타공으로 갔다. 우리의 첫 방랑 생활이 시작되었다.


힘들고 외로웠던 터널같은 치타공 생활을 접고 다시 다카라는 곳으로 갔다. 그때는 아이가 둘이 되어 있었다.

방글라데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하지만 가장 행복한 나라.

그곳에 살면서 두 아이를 오롯이 내 품에서 키워냈다. 세계적으로 IS가 기승을 부려 두려움에 밖에 돌아다니기 힘들 때도, 자주 가던 카페가 테러를 당해 폐허가 되었을 때도, 이슬람 국가의 수도, 다카에 머물러 살았다. 그리고 하루종일 집안에 머물며 두 아이를 키워냈다. 그렇게 버티고 견디며 6년을 살아냈다. 두 아이는 국제학교를 다니며 책을 좋아하는 매우 순수한 아이들로 자라고 있었고, 나 또한 뱅골어를 배워 여기 저기 필요할 때 통역을 해주고, 한국 아이들을 모아놓고 책놀이 수업도 하면서 보람있는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온 우리집 그 남자, 그가 떠나고 싶어했다. 방글라데시라는 나라와 사람들에 질릴대로 질려버린 그는 더이상 살고싶지 않다했다. 우리 가계의 수입을 책임지는 사람이 싫다는데, 어쩌겠는가?


결국 우리는 떠나기로 했다. 단, 아이들의 남은 학기를 마치고 가기로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 바로 이곳으로 발령이 나버렸다.생각지도 않았던 나라, 인도로........


인도는 방글라데시보다 더 좋다고 했다. 더 자유롭고, 물가도 더 싸고, 더 좋다고 했다.

뭄바이에 5개월을 살아보니, 거기나 여기나 별반 다를게 없다. 뭄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도시 중 하나이다. 비싼 집값은 비싼 물가를 만들어냈다. 뭄바이는 한인들이 별로 없어 한인 식당이나 마트가 없다. 먹을거리가 없어 날마다 고민이다.

누가 여기가 방글라데시보다 좋다 했던가???


방글라데시에  처음 갔을 때 느꼈던 그 외로움을 다시 느끼게 될 줄이야.......

방글라데시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가장 깊은 외로움의 터널을 지나고 회복의 시간을 거쳐 성장의 문을 건넜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듯 하다. 이곳에서 외로움에 눈물을 충분히 흘리고 나면 다시 회복되고,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처음은 누구나 힘들다.  처음이 지나 경험이 되면, 추억처럼 떠올려 “그땐 그랬지.” 라고 말할 수 있다.

내 지금의 삶이 추억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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