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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r 27. 2019

7살 딸아이의 어장관리

너의 자신감이 부럽구나.

7살 소은이는 뭄바이 프렌치 스쿨 유치원생이다. 워낙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6살, 7살 친구들(미국나이 5살, 6살)이 합반을 하고 있다.


8명의 아이들 중 3명이 GS로 소은이와 같은 학년이고 나머지는 MS이다. 합반을 하긴 하지만 학습 중에는 반을 나눠서 진행한다. 학습의 내용은 같지만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GS는 연필을 들고 노트에 쓰는 것을 한다면 MS는 알파벳을 종이에 붙이는 활동을 하고, GS가 짧은 동화책을 읽어야 할 때, MS는 그걸 듣는 방식이다.


지금 이 반에는 여자 아이가 3명이 있고 모두 남자아이들이다. 얼마 전에 귀여운 마고가 프랑스로 떠나버려서 여자 친구의 수가 적어졌다. 3명의 여자 아이 중 한 명은 장난꾸러기 로흐이고, 또 한 명은 1월에 입학한 한국 친구 앨리스, 그리고 소은이다.

앨리스는 프렌치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말이 제일 잘 통하는 한국 언니, 소은이를 졸졸 따라다닌다.  


소은이와 같은 나이 친구는 다니엘과 알렉이다. 마고가 좋아했던 알렉과 소은이에게 좋다고 고백했던 다니엘......

마고가 프랑스로 떠난 후, 이들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 했던가?



다니엘이 엄마를 따라 홍콩에 잠시 다녀오느라 며칠 결석을 한 사이에 소은이와 알렉이 급 친해졌다.

“엄마, 알렉이 이제 내가 좋대. 나도 알렉이 더 좋아졌어.”

“어머, 다니엘은 어떡하고?”

“다니엘은 뭐...... 다니엘도 좋긴 한데, 지금은 알렉이 더 좋아.”


다니엘이 며칠 없는 사이에 그 좁은 교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갑자기 알렉이 좋다고 말하는 그녀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엄마, 친구들이 다 나랑 놀고 싶어 해. 그리고 마커스는 내 간식만 좋아해.”

도대체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그녀에게 장착되어 있다.


“엄마 오늘은 알렉이랑 다니엘이 양쪽에서 손을 내밀면서 같이 놀자고 했어.”

“그래서 어떻게 했어? 누구 손을 잡았어?”

“알렉이랑 놀고 싶어서 알렉 손을 잡았지.”

“헐, 그럼 다니엘은 어떡하고?”

“왜 알렉이랑 노냐고 물어봐서 그냥이라고 말했어.”

“그럼 다니엘은 누구랑 놀았어?”

“그냥 우리를 따라와서 멍하니 보고 있었어.”

“어머나, 진짜? 소은아 너 그러면 안돼.”

“아니, 내가 그러라고 한 게 아니야.”

“그럼, 다니엘한테 앨리스랑 놀라고 하면 되겠네.

 앨리스가 다니엘 좋아하잖아.”

“근데 앨리스가 부끄러워서 말을 못 하겠대.”

“네가 대신 말해주면 되겠네. 앨리스가 너 좋아하니까 같이 놀라고.”

“그건 싫어.”

“왜?”

“내가 말해주긴 싫어.”

헐......................





아이의 말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참 어이가 없다.

뭐지? 저 당당함은? 팜므파탈이야 뭐야? 치명적인 매력이라도 있는 거야?


엄마에겐 없는 너의 당당함이, 너의 자신감이, 너의 밀당이, 너의 어장관리가 부럽구나.....


아이의 학교 생활이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 궁금한 엄마는 오늘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있다.

“엄마, 그만 좀 물어봐. 왜 자꾸 물어봐.”


그냥 궁금한 걸 어떡하니.......

알렉, 다니엘,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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