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Mar 29. 2019

내 아이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이의 마음, 엄마의 마음

엄마, 나 학교 가기가 너무 싫어.
하루만 결석하면 안 될까?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의 눈을 본 순간, 무슨 일인가 싶었다. 책을 몇 권 읽어주고 이제 눈을 감고 자기민 하면 되는데 아이는 쉽게 잠들지 못하며 엄마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

“공부가 너무 힘들어. 그리고 A가 자꾸 날 괴롭혀.”

“자세히 말해봐. 어떻게 괴롭혔는지.”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물어보았다.

“나보고 재수 없다고 했어.”

“뭐? 넌 그 말을 어떻게 알아먹었대?”

“몰라. 암튼 나쁜 말 하고, 한 번은 연필로 날 찌르고, 며칠 전에는 내가 공부하고 있는데 내 노트에 막 낙서를 했어.”

“헐.....”


그 아이는 그전부터 지안이에게 함부로 하던 아이이다. 다른 아이들한테는 안 그러는데 유독 지안이 한테만 심하게 행동을 했다. 그 아이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지안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몰랐다.

“엄마가 선생님께 말해줘?”

“아니, 말은 하지 마.”

“그럼 어떻게 해줄까?”

“그냥 나도 하루 결석하고 싶어.”

순간 결석이 하고 싶어서 과장되게 말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다.

“그래. 그럼 금요일 결석하자. 대신 엄마가 선생님께 말은 해야 되겠어. 그러니 자세히 이야기해봐.”




아이의 반에서는 돌아가면서 반장을 한다. 이번 주는 지안이가 반장을 하게 되었는데 선생님은 반장이 하고 싶어 손을 든 아이들을 시키지 않고 손도 안 들고 조용히 앉아 있는 지안이를 지목했다.

평소에도 조용조용하고 절대 나서지 않는 아이인지라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내심 좋아하는 눈치였다.

반장의 역할은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친구들을 도와주고, 선생님 심부름을 하는 일이었다. 어느 교실이나 유독 말을 잘 안 듣고 떠드는 아이가 있는 법.

“엄마 A가 너무 떠들어서 조용히 하라고 했는데 더 시끄럽게 하는 거야. 그래서 그냥 내버려두었더니 조용해졌어. 그 아이는 그냥 내버려두어야 하나 봐.”

“ 엄마 오늘은 A가 B를 괴롭혀서 내가 B를 도와줬어.”

유독 지안이와 A는 자주 부딪혔다. 그런 일들이 자주 발생하니 스트레스가 되었나 보다.

“반장 하는 것은 힘들지 않아. 다른 친구들은 다들 말을 잘 들어줘. 그런데 A가 자꾸 힘들게 해.”



아이들을 재워놓고 밤새 고민을 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데 모른 척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 아이 말만 듣고 그 아이를 나쁜 아이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생각 끝에 지안이와 같은 반 아이 엄마 중에 친한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안이가 이렇다고 하는데, 너의 아이에게 이게 사실인지 물어봐 줄 수 있니? 이게 심각한 일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어.”

그녀는 내 문자에,

“우리 아이는 잘 모르겠대. 하지만 이건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아니야. 바로 선생님한테 말하고 도움을 받아.”라고 말했다.


다음 날,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 옆에 아이들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에게 말을 꺼냈다.

“지안이가 A 때문에 좀 힘들다고 해요. 그게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주 내내 지안이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래서 내일 하루 결석시키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이게 사실인지 잘 좀 봐주세요.”

선생님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두 아이들의 자리는 멀리 떨어져 있고, 함께 놀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그 아이가 나쁜 말(욕 같은)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잘 지켜보겠다는 말을 남겼다.


집으로 돌아와서 지안이에게 말했다.

“지안아 엄마가 선생님한테 말했어. 네가 A 때문에 힘들다고  그리고 내일 쉬겠다고 했어.”

“엄마 왜 말했어? 하지 말라니까.”

“그럼 내 아들이 힘들어하는데 엄마가 가만히 있어야 되겠어? 엄마니까 당연히 말해야지. 그 아이가 계속 괴롭히면 엄마가 교장 선생님한테도 말하고, 그 아이 엄마한테도 말하고, 너희 반 아이들 다 모아놓고 말할 거야.”

“선생님한테 말했으니 충분해. 걔네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


갑자기 지안이가 내 다리를 감싸며 막 뽀뽀를 해댔다.


“내 마음 알아주는 사람은 엄마뿐이야.”


난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오늘, 지안이는 결석을 했다. 그리고 엄마와 영화를 보고 왔다. 동생 없이 엄마와 단 둘이 데이트를 하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아이는 너무너무 기뻐했다.  난 집으로 돌아와 선생님께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지안이가 쉬고 싶어서 과장되게 말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괴롭힘을 당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다음 주에 그 아이들을 잘 지켜봐 주세요. 아무 일이 안 일어난다면 가장 좋은 일이겠지요.”


내 아이와 그 아이가 화해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남자아이들의 세계에는 본능적인 힘의 원리가 있다고 한다. 나보다 강해 보이는 아이는 절대 건드리지 않고, 나보다 약해 보이는 아이에게는 지속적으로 건드는 것이다.

강해 보이기 위해 버럭 화를 내라고 했더니,

“난 그냥 무시하고 다른데로 가버려.” 라고 한다.

동생한테는 그렇게 화도 잘 내면서...


이 또한 경험이기에 어떻게 풀어나가게 될지 궁금하다. 앞으로 수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좋은 친구도 있겠지만 때론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아이가 엄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면, 그리고 엄마는 항상 자기편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듯하다.


“지안아 언제라도 무슨 문제가 있으면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해. 그래야 엄마가 도움을 주던지, 다른 방법을 찾아보던지 하지. 지금처럼 말이야.”

“알겠어. 엄마.”


내 아이를 믿어주고 신뢰하는 일.

옆에서 함께 공감해 주는 일.

그게 엄마의 일인 것 같다.


부디 지안이가 느낀 괴롭힘이 별거 아닌 일이기를 바란다.  이번 일이 잘 해결되어 아이도 엄마도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뭄바이 영화관에서


작가의 이전글 7살 딸아이의 어장관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