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인도.
인도에 온 지 딱 8개월이 되었다.
8개월 전, 두 아이와 먹을거리가 가득 든 이민용 가방 두 개, 기내용 캐리어 2기, 아이들 백팩 2개, 내 가방과 손가방 하나 더.
지안이에게 소은이 손을 놓지 말라 당부하고 짐을 들고 매고, 끌고 뭄바이 이민국에 들어섰다.
이민가방을 찾아서 카트에 싫었다. 엄청 무거웠지만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여유로운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help you?”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 no thank you. I can.”
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해 보이고 싶었다.
카트 위에 딸아이를 올렸다. 지안이는 옆에서 가방 하나를 끌고 날 따라왔다.
처음이라 낯설기만 한 공항을 빠져나왔다.
남편의 얼굴을 보자 드디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내가 해냈구나.....
가끔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짖은 안개에 싸여 여기가 어디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새벽 3시 반.
창문을 열었다.
뜨겁고 습한 바닷바람이 훅 들어왔다.
지금 여기는 가장 더운 계절.
바다에서부터 새벽의 적막을 깨고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여기에 존재하는 것인지.
시간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인지.
나의 머릿속 시간은
앞으로 달리고 달려 30년을 훌쩍 뛰어넘었다.
내 몸은 인도에 있는데,
나의 모든 감각과 생각은 옥강에 가 있다.
새벽의 마법인가.
잊고 있었던 나의 모습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 건.
내가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인지,
새벽에 깨어났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리움 때문인지.
정신을 차리자.
난 지금 인도에 있어.
한없이 아이였던 내가
이제 다시 아이들의 엄마가 될 시간.
나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새벽을 지나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살아야 할 시간.
이제 아침이다.
그리고 여기는 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