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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pr 23. 2019

현재와 과거의 공존

여기는 인도.

인도에 온 지 딱 8개월이 되었다.

8개월 전, 두 아이와 먹을거리가 가득 든 이민용 가방 두 개, 기내용 캐리어 2기, 아이들 백팩 2개, 내 가방과 손가방 하나 더.

지안이에게 소은이 손을 놓지 말라 당부하고 짐을 들고 매고, 끌고 뭄바이 이민국에 들어섰다.

이민가방을 찾아서 카트에 싫었다. 엄청 무거웠지만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여유로운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help you?”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 no thank you. I can.”

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해 보이고 싶었다.


카트 위에 딸아이를 올렸다. 지안이는 옆에서 가방 하나를 끌고 날 따라왔다.

처음이라 낯설기만 한 공항을 빠져나왔다.

남편의 얼굴을 보자 드디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내가 해냈구나.....


India map ©️soyna





가끔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짖은 안개에 싸여 여기가 어디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새벽 3시 반.

창문을 열었다.

뜨겁고 습한 바닷바람이 훅 들어왔다.

지금 여기는 가장 더운 계절.

바다에서부터 새벽의 적막을 깨고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여기에 존재하는 것인지.

시간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인지.

나의 머릿속 시간은

앞으로 달리고 달려 30년을 훌쩍 뛰어넘었다.

내 몸은 인도에 있는데,

나의 모든 감각과 생각은 옥강에 가 있다.

새벽의 마법인가.

잊고 있었던 나의 모습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 건.

내가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인지,

새벽에 깨어났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리움 때문인지.


나마스떼©️sonya

정신을 차리자.

난 지금 인도에 있어.


한없이  아이였던 내가

이제 다시 아이들의 엄마가 될 시간.

나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새벽을 지나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살아야 할 시간.

이제 아침이다.

그리고 여기는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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