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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y 07. 2019

인도에서 치과 방문 후기

신경 치료하기

“엄마, 이가 좀 불편해.”

“어디 좀 봐보자.”

아이가 입을 아~ 벌렸다. 아이가 가리킨 어금니는 한국에서 이미 치료를 하고 레진을 한 치아이다.

“괜찮은데?”

“근데 불편하고 뭐가 있는 느낌이야.”

“응, 한국에서 치료하고 때운 거야  별거 없어.”


가벼운 대화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는 자꾸 그 치아에 신경을 썼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내가 드디어 이에 낀 음식물을 빼버렸어.”

“그래? 아 해봐.”

아이는 하마처럼 입을 벌렸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어금니를 바라보았다.

헐.....

이에 박혀있던 레진이 사라졌다.

“그걸 빼버리면 어떡하냐. 썩은 니 치료하고 때워놓은 건데.”

어금니를 때워놓았던 레진의 흔적을 아이는 물리적인 힘(이쑤시개)으로 과감히 제거해버렸고, 덩그러니 구멍만 남아있었다.


뿌셔뿌셔를 먹다 뿌셔뿌셔의 면발 하나가 그 구멍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대성통곡을 하며 운다. 너무 아파 죽을 것처럼 운다. 당장 치과를 알아봐야 한다. 지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아는 데가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인도에서 치과를 잘 못 가면 필요 없는 시술을 하기도 하고, 돌팔이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기에 신중하게 치과를 골라야 한다. 이럴 때는 이미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물어보고 검증된 곳을  찾는 게 가장 좋다.

친한 한국 분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 바로 답장이 왔다.

“우리 애들 해봤는데 진짜 잘해. 친절하고, 과잉진료도 안 해. 그런데 꼭 예약을 해야 되고 오후 4시 이후부터 진료한데.”


일단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오전 중에는 클리닉이 비어있어 오후 4시 이후로 가능하다고 한다. 저녁 8시로 예약을 했다.


드디어 치과에 가는 날, 분명 멀지 않은 거리인데 차가 무지 막힌다. 3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도착한 치과는 매우 작았다. 치과 체어 하나 놔두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도, 낮에는 다른 큰 병원에서 일을 하고 오후에 예약 손님이 있을 때만 와서 진료를 하는 모양이다.

(인도의 많은 의사들이 이렇게 일을 한다.)


“신경치료를 해야겠네요. 그리고 크라운을 씌워야 해요.”

그냥 간단하게 레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신경치료라니. 괜찮을까?

“금액은 6500루피입니다. ( 약 10만 원)

다행히도 금액은 비싸지 않았다. 다시 예약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휴....

그 날부터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양치를 한다. 아프긴 아팠나 보다.


드디어 어제 오후.

두 아이를 데리고 치과로 향했다. 큰아이 5살 때, 어린이 치과에서 웃음가스를 사용해 크라운 2대를 씌우고 충치를 치료했었다. 그때,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를 밖에서 들으며 어찌나 마음을 졸였던지.

그랬던 아이가 어느새 9살이 되었다. 그리고 생애 첫 신경치료를 인도에서 한다. 부디 끔찍한 경험이 되지 않기를.

좁은 대기실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는다.

“엄마 나 떨려.”

눈은 책을 보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치료실에 가 있다. 나도 떨린다.


진료실은 매우 작지만 기계는 모두 최신식이다. 체어도 좋아 보이고, 엑스레이도 포터블(휴대용)이다. 엑스레이를 찍으러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선생님은 화면에 페파 피그를 틀어 주었다. 그리고 정말 친절하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을 해준다.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는다. 거의 1시간이 걸린 신경치료는 무사히 끝났다. 생각보다 훨씬 좋다.

혹시나 해서 둘째 아이의 치아를 검사해달라 부탁드렸다.

“세 개 썩었네요. 2개는 레진으로 가능하고요, 하나는 크라운을 씌워야 하겠어요  신경치료는 필요 없고요.”

오 마이 갓!!!!

둘째의 치료를 위해 다시 예약을 했다.

이제 초콜릿, 사탕, 주스, 껌. 모두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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