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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y 15. 2019

충치에 대한 기억

아이들의 충치 치료를 마치며.

드디어 두 아이의  충치 치료가 끝났다.

처음엔 그냥 레진만 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신경치료에 크라운에, 둘째의 충치 치료에 크라운까지...

도대체 얼마를 쓴 거냐....


어젠, 마지막으로 큰아이 앞 쪽 어금니의 레진이 또 빠져버려 다시 매우러 갔다. 레진이 원래 이렇게 잘 빠지는 것인지, 또 이쑤시개로 스스로 빼버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절로 빠져버린다는 것도, 이쑤시개로 뺀다고 뽕 빠져버리는 모양새도 참 어이가 없다.


치과가 가깝지 않다. 택시를 타고 빨리 가면 30분, 막히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아이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택시를 잡고 달렸다. 조금만 늦으면 꽉 막히는 길이다.

치과에 도착해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다.  30분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휴...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커피 한잔 줄까요?”

간호사가 넌지시 물어본다.

“네. 졸렸는데 감사해요. 의사 삼생님 오고 있는 거죠?”

“네, 지금 오고 있어요.”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의사가 안 와. 짜증 나.”

그의 대답은,

“인도가 그렇지 뭐.”

참 쉽다.


의사 선생님은 예약시간보다 50분이 지나서 도착했다.

해맑은 얼굴로.


아이의 이를 치료하기 전, 양 끝에 어금니는 영구치인데 실란트를 해줄까? 하고 물어본다. 실란트? 그게 뭐지? 일단 해달라고 했다.

지난번에 예약 날짜를 잘 못 안 의사가 하루 우리를 허탕 치게 만들었었다. 그 미안함의 보상으로 아이들 불소도포를 공짜로 해준다고 했다.

난 실란트도 그런 비슷한 류의 것이리라 생각했다.


치료를 끝내고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7,800루피예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칠천?”

“네, 실란트 네 개 했잖아요. 레진은 천 루피고요.”

순간, 얼음이 되었다. 시.... 실란트... 그게 뭔데????

내 지갑엔 삼천 루피뿐이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잠깐만요.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실란트가 이렇게 비싼지 몰랐다고요.”

“오, 그래요? 나중에 계좌이체를 해주셔도 됩니다...”

하..... 나 낛인것인가? 아니면 내가 바보인 것인가....

한심하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대충 설명을 하니 남편은 버럭. 그럴 만도 하지. 잘 알지도 못하고 했으니.. 쯧쯧.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역시 난 허당이다.


집에 가는 길에 검색을 해보았다.

“실란트는 영구치에 하는  충치예방 시술로 간단하지만 하나에 오만 원 정도입니다.”

오만 원?

그럼 엄청 싸게 한 거네?

갑자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괴감에 빠져있던 자존감이 갑자기 회복되었다.

난 이렇게 단순한 사람.


남편은 이가 좋지 않다. 어려서 남편 집의 냉장고에는 아이스크림이 가득 들어있었다고 한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아이스크림과 과자, 초콜릿을 손에 잡히는 데로 먹었다.

7살의 그는 동네 형이랑 싸우다 이가 하나 부러졌다고 한다. 조금은 영특했던 그는 어차피 빠질 치아이기 때문에 다시 나올 것이라 생각했단다. 그리고 부모님께 말도 하지 않았단다. 치아의 뿌리를 다쳤는지 새로운 이는 나오지 않았다. 남편의 치아는 살짝 비어있다.  그는 이미 임플란트도 했고, 도자 기색

크라운도 씌웠다. 아마 신경치료도 여러 번 했을 터.


반면 난 이가 튼튼한 편이다.

우리 집에는 아이스크림이 없었다. 초콜릿은 구경도 못해봤다. 시골집에서 간식은 고구마, 감자, 뻥튀기, 토마토였다. 난 신경치료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크라운도 하나도 없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한번 어금니에  충치가 생겼다.

이에 구멍이 크게 뚫려 아프고 냄새가 났다. 치과에 갈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시골 사는 아이들 중 치과에 가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충치가 생긴 어금니의 잇몸 위로 이가 나기 시작했다. 뻐드렁니가 나고 있었다. 내 모습이 괴물 같았다. 충치 생긴 어금니가 살짝 흔들렸다. 이때다 싶어 계속 흔들었다. 결국 내 손으로 빼버렀다.

잇몸으로 나오던 새 이는 아래로 내려와 나의 새 어금니가 되었다.


우리들은 (언니, 나 남동생)은 이가 빠지면 지붕 위에 올려놓았다. 지붕 위에 올려놓으면

까치가 물어가고 새 이를 가져다준다고 했다.

우리 집 지붕 처마에는 언니의 이, 나의 이, 동생의 이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까치는 우리 이를 물어가지 안 났다. 그냥 먼지와 함께 그곳에 쌓여있었다.




이제 더 이상 초콜릿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아이스크림도 금지, 사탕도 금지.

언제까지 지켜질지 모르겠다.

애들아, 양치 좀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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