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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y 19. 2019

프랑스 사람들의 바자회

little market에서 그림을 팔다.

뭄바이에는 프랑스 사람들을 위한 단체 “Bombai accueil”이 있다. 해석해 보면 “Bombai home”이라는 의미인데, 우리나라의 한인회와 비슷하다.


이 단체는 뭄바이에 살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지원한다. 매주 뭄바이 시티 투어를 기획하고, 뭄바이 빈민촌 투어를 한다. 현지 인도 요리 교실을 열기도 하고, 현지 초등학교에 가서 프랑스라는 나라를 소개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때는 프랑스 아이들을 위해 파티를 열고, 산타클로스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준다. 부활절에는 Ester egg hunting을 기획하여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뭄바이에 사는 동안 바라본 결과, 자국민을 위해 가장 열심히 일하는 곳은 중국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고,  당연히 한국도 아닌 바로 프랑스이다. 프랑스 협의회와 프랑스 학교,  Bombai accueil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협력한다.


Bombail accueil의 Little market 준비

친구로부터 메일이 왔다. 리틀 마켓에 참가하고 싶으면 신청서를 내라는 메일이었다. 그 전부터 리틀 마켓에 참여하고 싶어 인도 엽서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떨리는 마름으로 신청서를 내고, 참가비를 지불했다.

약 20개의 팀이 신청을 했고 그룹채팅방이 만들어졌다. 날짜가 정해지고 장소가 정해졌다.

장소는 바로 “french school”

앗싸!! 집에서 가깝고 익숙한 곳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베트남 친구 민은 쿠키를, 나는 그림과 엽서를, 다른 한국 친구 제니는 헤어 핀을 준비했다.

제니와 나는 우리들만의 브랜드 이름을 한치의 고민도 없이 “Jennysonya art”라고 지어버렸다.

“언니, 우리가 언제 우리 이름 걸고 브랜드 지어보겠어요? 많이 안 팔려도 언니랑 같이 한다는 게 그냥 신나네요.”

뭄바이가 아니었으면, 프랑스 학교가 아니었으면 만나지도 못했을 경상도 아줌마 제니.

경상도 억양과 서울 말투를 섞어 쓰는 그녀는, 전라도 억양과 서울 말투를 쓰는 나에게 무한 신뢰와 애정을 보내준다.

“Are you ready for the little market?”

(준비 다 했어?)

“nope, almoste done.”

학교 갈 때마다 민과 나눈 인사는 매 번 똑같았다.

“혹시 모르니까 우리 테이블을 붙여달라고 하자. 화장실 급할때 도와줄 수 있잖아.”

우리들은 엄청나게 밀려드는 인파와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우리들만의 그림을 그렸다.

“완판 되는 거 아니야?”

“일손이 부족하면 어쩌지?”

“이래도 저래도, 우리가 함께 하니까 된 거야.^^”


little market 당일


짐을 꾸려서 학교로 향했다. 오픈 시간은 9시.

우리는 8시까지 도착해 테이블을 세팅해야 한다. 엽서와 그림, 헤어핀이 돋보이게 하기 위해 테이블보를 사고, 클립을 샀다. 집에 있던 초록색 인조 화분도 몇 개 챙겼다.

Jennysonya art stall ©️sonya

하필, 맨 첫 번째 자리이다. 교장선생님이 분명 좋은 자리를 준다고 했었는데, 위원회에서 이미 정해놓은 자리를 다시 바꿔달라 할 수 없었다.

아무렴 어때, 참가한 것이 어디야.


little market in french school by Bombai accueil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올 줄  알았던 우리들의 예상과 다르게 아주 한산했다. 뜨거운 햇살과 높은 시온도  한몫했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렀다.


우리의 첫 손님은 교장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제니의 보라색 리본핀을 하나 사서 머리에 꽂고 다녔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과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딸을 위해 엽서를 두 장 사주었다.

그러더니 멀리 있는 아들과 딸이 너무 보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이고, 방학하면 만나기로 했다며 즐거워한다.

“내 고향은 타히티 보라보라섬이야. 방학 때 거기서 만나기로 했어.”

“뭐라고? 타히티? 보라보라 섬? 거기가 고향이라고? 굉장하다!!!”

그저 프랑스 출신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타히티가 고향이란다. 한국 사람들의 신혼여행지인 바로 그곳!!

한참을 떠들다 그녀는 다른 stall로 향했다.


우리의 두 번째 고객은 행정 책임자 브렛이다.

그는 서글서글하고 착하게 생긴 직원으로 교장선생님이 없으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학교가 새 건물로 이사 가면 벽에 붙여둬야겠어요. 지금 사무실은 너무 작고 붙일 곳도 없어요.”

그냥 가려는 그에게 제니의 헤어핀을 하나 권했다.

“딸이 있나요?”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저 싱글이에요. 하하하.”

“어머, 미안해요. 몰랐어요.”

“‘sorry’라고요? 그 말이 더 이상해요. 허허허.”

그는 기분 좋게 웃었지만, 진심으로 미안했다.


한 여자 아이가 엄마에게 주겠다며 엽서를 한장 사갔다.

고등학생즈음 되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다가오더니,

“저것도 파는거에요?”

집에서 가져 온 인조 화분을 가리킨다.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다.

“아니에요. 이건 데코에요.”

그냥 비싸게 팔걸 그랬나...


한국사람에겐 있고, 프랑스 사람에겐 없는 것

처음 보는 중년의 한국 여자분이 오셨다.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신다. 언제 만난 적이 있었던가?

“안녕하세요. 그림 사러 왔어요. 블로그에서 그림을 봤었는데, 파신다고 해서 사러 왔어요.”

“어머나, 제 블로그를 보셨어요? 너무 감사해요.”

“댓글을 달진 않았지만 잘 보고 있어요.”

내 그림을 사러 일부러 오신 그분께 정말 감사했다.

India map @sonya

그분은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을 사 가셨다. 내 그림이 인정받은 느낌에 괜히 기분이 좋다.

나와 같은 구역의 집사님이 오셔서 엽서를 사셨다. 그냥 드려도 되지만, 오늘은 파는 게 목적이기에.


내 아이들과 같은 반 엄마들과 아이들이 왔다. 그녀들은 멋지다, 잘 그렸다. 네가 그린 거 맞니?라는 말만 남기고 바로 옆, 민의 쿠키가게로 향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림에 관심이 없나? 당신들을 위해 에펠탑을 그렸는데도? 너무 노골적이었나 보다.

에펠탑 ©️sonya

관심이 전혀 없다.


이런 그림은 어때?

©️sonya

“정말 섬세하다. 그림을 배웠니?”

“아니, 집에서 혼자 연습했어.”

하지만 사지 않는다.

엽서를 둘러보던 한 인도 여인,

“그런데 요즘 누가 엽서를 쓰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이 있는데.”

“그렇긴 하지.”

넌 멋을 모르는구나. 엽서에 사랑고백을 해본 경험이 없나 보지? 엽서는 꼭 편지를 써야 되는 물건이 아니야. 그저 간직하는데 의미가 있어.

주저리주저리 한국말로 중얼거려 본다. 그녀는 알 턱이 없지. 엽서 앞에서 실용성을 따지다니.



옆에서 열심히 쿠키와 망고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던 민이 다가왔다.

“내 친구가 결혼하는데 이 그림을 선물하고 싶어.”

친구 민에게 그림과 엽서를 팔았다. 난 그녀의 아이스크림과 쿠키를 샀다. 우린 이런 사이. 친구끼리 사고 사주는 사이.


같은 반 엄마들은 관심도 없다.

한국이었다면, 같은 반 엄마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 장이라도 사 갈 텐데, 이들에겐 그런 게 없다.

아이들과 같은 반 친구 로흐가 돈을 들고 왔다 갔다 한다. 제니의 헤어리본 앞에서 얼 쩡이다 빨간 리본을 골랐다. 헤어핀은 500루피, 하지만 로흐의 손에 있는 돈은 많이 부족하다.  옆에 서 있던 로흐의 아빠는 웃으며 돈이 부족하다며 아이의 손을 잡아 끈다. 에이, 돈 좀 보태 주지.

우리나라 사람에겐 있는 “정”이 이들에겐 없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아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여기선 정이 없기에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 관계가 무겁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little market의 수입은?

처음 참가해본 바자회.

생각보다 더웠고 사람이 많지 않았다.  프랑스 사람들은 머리를 꾸미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헤어핀에 전혀 관심이 없다. 제니가 열심히 만든 스바로스키 헤어 클립에도 관심이 없다.

“언니 괜찮아요. 나중에 팔면 되죠. 언니 그림이 많이 팔려서 전 좋아요.”


그나마 그림을 두 개 팔고, 엽서를 10장 넘게 팔았다. 그래도, 헤어 핀이 팔리지 않은 것이 조금 속상하다. 왜 관심이 없지???


1시가 되기 전, 너무 더워서 테이블을 정리했다. 뜨거운 날씨에 오랫동안 서 있었더니 두통이 왔다. 집에 와서 두통약을 먹고 누워있었다.

돈 벌기 정말 힘들구나!!


누군가 한번 더 할 거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Yes이다. 힘들었지만 준비하는 내내 즐거웠다. 많이 팔진 못했지만, 내 그림이 다른 사람들의 집에 장식되어 있을 생각을 하니 매우 뿌듯하다.

이렇게 나의 little market 첫 도전이 끝났다.

수입은? 약 5천 루피. (약 8만 원)

(제니 미안. 언니가 맛있는 거 사줄게. 우리는 정이 넘치는 한국 사람)


그림 사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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