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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y 29. 2019

취미가 일이 될 때 일어나는 현상

취미가 더 이상 취미가 아님을



“집사님, 하실 수 있겠어요? 좀 많죠?”

“네. 좀 많긴 하네요. 한 번 해볼게요. 제가 언제 또 이렇게 해보겠어요.”


난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시간이 많아서,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리는 그림의 분야를 굳이 대자면....

펜그림?, 젠 탱글 아트? 젠 지아?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프렌치 바자회에서는 많이 팔지 못했다. 그런데 바자회가 끝난 후 주문이 들어왔다.

인도 지도 아트 13개,

춤추는 여인 5개,

깃털 여인 2개,

블랙 여인 4개.

그림으로 돈을 벌다니. 고등학교 때 미술 점수가 가장 낮았다. 그런데 내 그림을 사고 싶다니...

한 장에 천 루피(약 만 오천 원)

한 장 그리는데 거의 반나절이 걸리지만, 전문가도 아니고, 더 비싸게 받기엔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림으로 돈을 벌 줄이야. 1년 동안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더니 돈이 된다.


김미경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취미는 취미로 끝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취미를 끝까지 하라고 하셨다. 그 취미로 돈을 벌 때까지.


그런데.


취미로 할 때는 즐거웠던 일이 의무감에 하려니 너무 하기가 싫다.

같은 그림을 계속 그리다 보니, 새로운 걸 그리고 싶어 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주문받은 것은 끝내야 하기에, 하기 싫은 마음을 누르고 다시 펜을 든다.


 

기존에 썼던 원고를 갈아엎었다. 인도에 대한 내용을 다 버리고 오로지 프랑스 학교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 넣고 있다. 반복되는 퇴고. 반복되는 수정.


아직 계약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머리가 아프단다.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되기 위한 과정이다.

그저 취미로 글을 쓸 때와 진짜 작가가 되기 위한 몸부림으로 글을 쓰는 일은 천지차이인 듯하다.


다른 다양한 그림도 그리고 싶고, 브런치에 글도 쓰고 싶은데.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 버렸다.

바로 내 앞에 놓인.

일이 되어버린 나의 취미를 해야 하기에.



며칠 전, 메일을 하나 받았다.

나에게 전화를 해 기본이 없다고 말했던 그 편집자다.

본인도 나에게 말해 놓고는 조금 찔리셨나?

안면도 초면도 없는 사람에게 그런 말들을 했으니 마음이 무거웠을지도.


“그래도 재능이 보이니까 연락했겠죠.”

이건 뭔 소리? 병 주고 약 주는 건가?

20대 파릇파릇한  청년도 아니고, 사회 초년생도 아닌 나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난 두 아이의 엄마, 대한민국 아줌마이며 인도에서 악착같이 살고 있는 아줌마라고요.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진짜 에세이를 쓰고 싶다면 연락 주세요.”

시류에 편승.... 해보지도 못했어요. 한 번 그 시류에 들어가 보기라도 하고 싶네요.


그는 첨부파일을 하나 보내주었다.

어디 어디 신춘문예 당선작, 시와 수필들 그리고 심사 소감이었다.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시를 읽어도 수필을 읽어도 심사 소감을 읽어도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난 문학소녀가 아니라우.

난 그저 기본이 없는 마흔의 아줌마일 뿐.


아직도 그 편집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겠다.

사회생활을 안 한지 너무 오래되어 상대방의 의도가 뭔지 파악하는 일이 어렵기만 하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노트북을 켜고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며 글을 쓴다.

경험은 많은데, 지식이 부족해 그 경험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지.

언젠가는 정말 내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


취미가 일이 되니 그 부담이 장난 아니다.



그나저나,

제 그림들이 프랑스 뉴스에 났어요.

무슨 말인지 일도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https://lepetitjournal.com/bombay/communaute/des-idees-de-cadeaux-made-india-qui-plaisent-aux-francais-258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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