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프랑스학교 초등학생입니다.

#10. 2주 동안의 기록

by 선량

9월 초에 개학을 하고 이제 2주가 지났습니다.

학기 초라서 조금은 정신이 없었어요. 아이들도 학교에 적응하는 시간이었고, 저도 새로운 학교 시스템을 알아가는 시간이었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학교에서 2주 동안 어떻게 적응하며 지냈는지 알려드릴게요. 참고로 저희 아이들은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2년, 뭄바이에서 1년 총 3년 동안 프랑스 학교를 다녔고, 이제 4년 차입니다.


학교 규모

기존에 다녔던 학교의 학생 수는 총 100명이 넘지 않았어요. 그만큼 가족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이 전에 다녔던 뭄바이 프랑스 학교는 한 반에 10명이 되지 않았어요. 장단점이 있지만, 학생수가 적으면 집중 케어를 받을 수 있었고 매우 가족적인 분위기라 저학년 때는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반면 델리 프랑스 학교는 200명이 넘는다고 해요. 한 반에 약 20명 정도 됩니다. 그래서 좋은 점은 놀 친구들이 많다는 거예요. 지안이는 벌써 베스트 프렌드가 3번 바뀌었어요. 또 노는 친구가 수시로 바뀌면서 가장 잘 맞는 친구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매일 함께 노는 친구도 있는데, 여자 아이들과 잘 놀고 있어요. 축구를 굳이 하지 않아도 함께 놀 친구가 있어서 그런지 축구를 하지 않습니다. 그 전엔 축구하지 않으면 친구가 없어서 쉬는 시간마다 축구를 했거든요. 아이가 축구를 좋아한다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아닌 것 같아요. 학생이 많아서 좋지만 대신 가족적인 분위기는 아니에요. 전 아직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누구의 엄마인지도 모릅니다.

소은이는 한국 나이로 7살인데,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어요. 아직 유치원생의 때가 벗겨지지 않았죠. 하지만 워낙 명랑하고 붙임성 좋고 적응력 뛰어난 딸이라 금방 적응했답니다. 이미 친한 친구도 생겼어요.

학생 수가 많은 만큼 학교 크기도 큽니다. 사실, 구조가 미로같이 생겨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좋은 것은 넓은 운동장이 있는 것인데요, 아침이면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다가 들어갈 시간이 되면 다 함께 줄을 서서 들어갑니다.


교육 시스템

이곳도 역시 영어와 프렌치를 기본으로 가르칩니다. 영어 수업과 프렌치 수업이 섞여있어요. 이 학교에 와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영어와 프랑스어 중에 더 잘하는 언어로 과학과 문학을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초등학교 2학년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했어요. 똑같은 내용과 이론을 서로 다른 언어로 배운다고 해요. 한 반이 두 개로 나누어지는 거죠. 그걸 “모듈 수업”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초등 2학년(CE1) 시간표

초록색이 모듈 시간이에요. 저 시간에는 반 아이들이 영어와 프랑스어 반으로 나누어집니다. 나중에는 다시 반이 편성된다고 해요. 시간이 지나면 영어와 프랑스어 실력이 조금 바뀌거나 비슷해진다고 합니다. 지안이 같은 경우는 영어도 프랑스어도 모국어가 아니라서 조금 더 잘하는 언어로 하는데요, 과학은 영어로, 문학은 프랑스어로 한다고 해요.


이제 초등 1학년이 된 소은이는 프랑스어 파닉스를 하고 있습니다. 파닉스는 그 전 학교에서 했었지만 필기체로 쓰지는 못해요. 파닉스와 함께 필기체 쓰기를 배우고 있어요. 다행히도 욕심이 많은 아이라 알아서 잘 따라가고 있네요. 소은이도 영어 수업을 따로 받고 있지만, 별다른 피드백이 없습니다. 아직 반 미팅을 하지 않아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직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친한 친구가 죄다 영어를 써서 그 전보다 조금 느는 것 같아요.


학생들

정말 많은 나라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여러 유럽 나라, 미국, 캐나다, 여러 아프리카, 여러 동양 아이들이 다니고 있어요. 한국 아이는 지안이와 소은이뿐이지만요. 그 전 학교에는 프랑스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제 아이들이 조금 특별 대우를 받았어요. 조금 못해도 이해해 주었거든요. 이 학교에는 그런 아이들이 워낙 많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 아이들이 프렌치를 잘하는 축에 속합니다.

이 학교에도 프렌치를 못하는 아이를 좀 더 배려해 주고, 특별반을 만들기도 하더군요.

프랑스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은 학기 초에 간단한 테스트를 받았는데요, ‘동그라미를 그려라, 가위를 가져와라, 빨간 펜 두 개를 가져와라.’ 뭐 이런 것이었대요. 지안, 소은이는 이미 다 아는 말들이라 쉽게 통과가 되었죠.

프랑스 아이들 다음으로 많은 아이가 바로 스페인 아이들이에요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아이가 꽤 많아요. 그 아이들 중 프랑스어를 못하는 아이도 있어요. 지안이 반에 새로 입학한 아이가 바로 스페인 아이인데, 선생님께서 특별히 신경을 쓰시더라고요. 숙제도 하나하나 자세히 가르쳐주고, 조금 쉬운 숙제를 내주기도 하고요. 이제 지안이는 더 이상 특별한 아이가 아닌 아이가 되었답니다.

특히 이 학교에는 흑인 아이들이 많아요. 프렌치가 모국어인 아프리카 나라가 많은 것 같아요. 소은이 짝꿍이 이브라임이라는 흑인 아이인데, 다행히도 서로 잘 지내고 있답니다. 특별히 피부색으로 편 가르기를 하지 않아요. 백인, 황인, 흑인이 한 반에 섞여 있어요. 유럽에 극심하다는 인종차별이 이 학교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생님

각 학년에는 2명의 담임 선생님이 계세요 프랑스 선생님과 영어를 가르치는 인도 선생님이죠. 지금까지 겪어본 바에 의하면, 인도 선생님들은 꽤나 열정적이고 강해요. 역시나 이번에도 카리스마 넘치는 선생님이네요. 프랑스 선생님은 매우 좋은 남자 선생님이에요. 한 명은 무섭고, 한 명은 온화하고. 균형이 맞는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음악, 미술, 체육 선생님이 따로 있어요. 세계사와 시민윤리 선생님도 따로 있답니다.

친구관계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안이는 베스트 프렌드가 3번 바뀌었어요. 입학 첫날 사귄 프랑스 친구와 베스트 프렌드 하기로 했는데, 그 친구가 쉬는 시간마다 축구를 하러 간데요. 그래서 함께 놀 시간이 없다나요...

두 번째 친구는 흑인 친구였는데, 처음엔 서로 장난치다가 친해졌대요. 그래서 서로 베스트 프렌드 하기로 했는데, 그 친구의 장난이 좀 심해졌나 봐요. 그래서 지안이가 “더 이상 너와 베스트 프렌드 안 할래.”라고 했다네요. 소심하던 아이가 저런 말을 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친구 사이가 좀 어렵지만, 끌려 다니지 않고 할 말 할 수 있는 아이가 참.... 대단해 보이네요. 요즘 가장 친한 친구는 라파엘이라는 스페인 아이예요. 그 친구와는.... 어쩌다 보니 친해졌대요. 그런데 문제는 그 친구도 이미 베스트 프랜드가 있었다는 거였죠. 라파엘이 자꾸 지안이와 친하게 지내니까 다른 친구가 이러더래요.

“야, 넌 나랑 베스트 프렌드잖아~”

이제 2학년인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듣고 있으면 너무 재밌어요. 나라나 인종에 상관없이 어쩜 이렇게 아이들 다 운지요.^^


소은이의 가장 친한 친구는 인도 친구예요. 하지만 여러 친구와 두루 잘 지낸다고 해요. 그중에서도 소은이가 아끼는 친구는 키가 작은 알 차히니라는 친구인데요, 워낙 동생들이나 약한 친구를 도와주고 돌봐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그런가 봐요. 알 차히니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키가 유난히 작고 왜소하거든요. 아이들은 정말 잘 지내고 있답니다.


학부모와의 관계

문제는 바로 저예요. 생각보다 동양 사람이 별로 없어요. 아니 있긴 한데, 친해지기가 힘들어요.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하는데 아직 용기가 없어요. 그래서 전 아직 친구가 없습니다. 오고 가다 만난 일본 엄마와 인사는 하지만, 아이들 반이 다르다 보니 더 친해지긴 힘들었어요.

반 모임에서 몇몇 엄마들과 인사를 하고 연락처를 교환했어요. 이미 엄마들끼리 친해 보이더라고요. 아이 반에서는 동양 사람이 저뿐이에요.

하지만 괜찮아요. 제가 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언젠간 친해지겠죠. 아이들이 학교 잘 다니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왜 프랑스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지 많은 분들이 물어보세요.

프렌치를 하느냐고요, 아니요 전혀 못해요. 그런데 왜?? 글쎄요.... 왜일까요???


프랑스 학교에 보내게 된 이유나 배경, 아이들의 초기 이야기, 적응 이야기, 저희 부부가 왜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에 살게 되었는지 등은 나중에 나오게 될 제 책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



델리 프랑스 국제 학교

지난 주, 힌디의 날에 학교에서 전 교생이 모여 춤을 추었더군요. 이 중에 지안이와 소은이는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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