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추석인가요?

#9. 타향에서 명절이란....

by 선량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합니다. 로션과 선크림을 대충 바릅니다. 비비 크림은 좀 더 꼼꼼하게 발라야 해요. 눈 가에 다크서클이 점점 심해지고, 기미도 점점 심해지거든요. 조금이라도 감추고 싶어요.


부엌에 가서 아침을 준비합니다. 남편 도시락과 아이들 간식도 한 번에 준비하느라 손이 분주합니다. 오늘 아침은 포도와 수박, 김에 밥을 싸서 아침을

준비했어요. 요즘 매일 아침 과일이 주 메뉴인데, 그 이유는 전날 저녁에 먹은 그릇을 씻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냄비가 없어서 요리를 할 수가 없네요. 설거지는.... 마음 내킬 때 하겠어요.

옷을 입고, 아이들을 깨웠어요.

아이들이 부스스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테이블에 앉습니다.

“또 과일이야?”

“과일을 먹어야 좋은 거야. 김에 밥도 있어.”

설거지를 하지 않아서....라는 말은 비밀입니다.


카톡이 울리네요.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일 하고 있는 둘째 언니입니다. 귀여운 한복을 입은 사진이네요. 아이들과 송편 만들기를 했대요.

다들 향단이 같다며 한 마디씩 합니다. 그거 입고 시댁 가면 어머니 좋아하시겠다고 합니다.


“몇 시에 출발할까?”

“새벽에 출발해야지.”

“아빠가 전화했어. 언제 오는지.”

“아빠가 엄청 기다리시나 봐.”

“아빠가 우리 주려고 수제 나무 도마 만드셨나 봐.”


한국에 사는 언니들입니다.

이번 주가 추석이었네요. 몰랐어요. 명절에 대한 느낌도, 감각도 사라진 지 오래되었어요.


저희 언니들은 명절 전, 후에 친정집에 갑니다. 시댁과 친정이 모두 전라도라서 가는 길에 들렸다 가는 거죠. 이번엔 추석 전에 가려나 봅니다. 남동생은 말이 없네요. 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하는 동생은 아마도 가장 바쁜 날이 될 거예요. 꼭 명절날 사건사고가 많이 나니까요.


명절날 시골 가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어요. 평일날 가도 5시간이 걸리거든요. 서울에서 남쪽 끝까지 가야 하니까요. 그래도 언니들은 꼬박꼬박 친정에 갑니다. 재미있거든요. 시골에 다 같이 모여서 놀고, 먹고, 이야기하면 진짜 재미있어요. 예전엔 저도 함께 했었는데,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지 몇 년 되었어요. 이번에도 카톡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며 그리움의 마음을 달래야 할 것 같아요.


전 며느리이기도 하지만, 한 번도 명절날 시댁 가서 전을 부쳐본 적이 없어요.

결혼하자마자 아기가 생겼고, 첫 설에는 아기가 너무 어려서 못 갔어요. 그 해 추석 때는 남편이 해외에 있어서 못 갔고, 그다음 해부터는 저도 해외생활을 했으니......

며느리의 애환, 명절날의 서러움을 사실 잘 모릅니다. 그래서 전 친정의 명절이 그리운가 봐요. 북적북적 모여서 전 부치고, 나물 무치고, 상 차리고, 설거지하고.

그런 게 그립네요.


어렸을 적에 저희 집에 가족들이 다 모이면 그렇게 많았어요. 아빠가 7남매의 장남이었으니까요. 지금은 다들 내려오시지 않는 대신 딸들이 찾아갑니다.


아빠가 딸들 위해 수제 나무도마를 만드셨다네요.

그걸 만드는 동안 자식들 생각을 얼마나 하셨을까요? 내 것도 하나 남겨놓으시라 해야겠어요.

송편 먹어본 지도 오래되었네요. 이번엔 송편 주문해서 아이들과 먹어볼까 해요. 명절 같진 않지만, 그래도 명절이니까요.



추석이 지나면, 풍요로운 소식이 한가득 들렸으면 좋겠네요.

싸우고, 다투고, 다치고, 사고 나는 소식 말고요.


다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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