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달팽이야 미안해.
지난주에 사 온 화분에 새끼 달팽이 3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했죠. 강아지나 고양이 대신 달팽이를 키울 수 있게 되었다면서요. 이름도 지어 주었어요. 손에 올려놓고는 꼬물거리는 달팽이를 아주 예쁘다며 쓰담쓰담했었죠.
전 달팽이들을 쫓아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단지 나중에 커서 화분을 탈출하여 테이블 위를 기어 다닐까 봐 조금 걱정을 했을 뿐이었어요.
이렇게 아기 달팽이 세 마리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답니다.
그런데.......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방에 있었죠. 갑자기 아주 작은 날파리가 보이는 거예요. 화분의 흙을 보니, 거기에 날파리가 몇 마리 더 있었어요.
갑자기 어디서 봤던 게 떠올랐어요. 화분에 벌레가 생겼을 때 식초를 뿌리면 된다는 것을요.
올타꾸나!! 분부기에 있던 물을 버리고 식초 원액을 담았습니다. 그리고는 집에 있는 모든 화분에 식초를 칙~칙~ 뿌렸어요. 집에 벌레가 꼬이는 게 싫었거든요.......
왜, 도대체 왜 달팽이 생각을 못했을까요????
달팽이는 벌레가 아니고 동물이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면..... 저 정말 바보 맞는 것 같습니다. 진짜 저런 바보 같은 생각을 잠시 했어요.
나중에야 아차 싶었어요. 하지만 이미 늦었더군요. 달팽이는 더 이상 몸을 움직이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달팽이가 잠을 잔다고 생각했어요. 깨어나면 움직일 것이라고요. 그런데,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어요.
아이는 울진 않았지만 원망 섞인 눈으로 절 쳐다봤어요. 너무나 미안했어요. 심폐소생술을 해서라도 다시 살려내고 싶었어요.
가엽은 아기 달팽이들......
제 손으로 죽이고 말았네요.
식초가 이렇게 독하답니다. 왜 그걸 몰랐을까요??
달팽이와 함께 벌레들도 사라지긴 했어요.....
나중에 아이가 달팽이 집을 만져보았어요. 먼지처럼 으스러지더군요.
아기 달팽이는 자기가 태어난 흙으로 돌아갔나 봐요.
그 흙속에는 식물의 뿌리가 있어요. 달팽이는 그 뿌리를 타고 식물 속으로 들어가 영양분이 될까요?
우리도 언젠가는 흙속으로 돌아가, 자연의 일부분이 되겠지요???
아무튼, 달팽이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그리고 식초는, 정말 독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