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봐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7. 구글맵 있으면 뭐하나...

by 선량

토요일 점심때였어요.

아이들은 유튜브를 한바탕 본 후, 바닥에 늘어져 책을 보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어요.

남편은 일을 하느라 노트북을 보고 있었죠. 전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거실 바닥에 그냥 누워 있었어요.


전 토요일이 싫어요.

직장인에게 월요병이 있죠.

저에겐 주말병이 있어요.

주말 이틀은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해야 해서 힘들어요. 아침, 점심, 저녁 준비하는 것도 힘들고요. 일요일 오후가 되면 갑자기 몸과 마음이 지쳐버려요.



“라면 먹자.”

남편의 말에 조금 심술이 났어요.

요즘 배가 자꾸 아팠거든요. 나이 들어서 그런지, 이상하게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자꾸 탈이 납니다.

고민하다가 근처에 갈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았어요. 걸어서 7분 거리에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을 하나 찾았어요.

아이들도 나가고 싶어 하기에, 남편만 집에 남겨두고 셋이서 집을 나섰습니다.

물론, 남편 먹으라고 라면 하나 끓여서 주고 나왔어요.

직접 끓여 먹어!!!

라고 말하고 싶지만, 주말에도 집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다간, 싸움만 되겠죠. 그에게 토요일은 주말이니까요.


아무튼 두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오긴 했어요.

“애들아, 너희도 알다시피 엄마가 지도를 잘 못 봐. 찾아보고 없으면 다시 집으로 갈 거야.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할지도 몰라.”

미리 경고를 하긴 했어요. 그리고 구글맵을 켰습니다.


왜 지도는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졌을까요?

왼쪽으로 가야 할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도를 볼 때 지도를 돌려서 보는 사람이 저예요. 사실, 동서남북도 어딘지 모르겠어요. 동북쪽 방향이라는데..... 거기가 어디예요????


그냥 걸었어요.

자꾸 내가 가는 길이 아니래요. 자꾸 다른 길이 다시 나오고, 또 나오네요. 뭐지.....

구글맵이 이상한 것 같아요.

사실은 지도를 들고도 보지 못하는 내가 이상한 거겠죠.


7분 거리라는데, 아무리 가도 없네요. 아이들은 지쳐가고 있어요. 특히 딸아이의 얼굴이 벌겋게 익었어요.

“엄마가 돌아올 때 아이스크림 사줄게. 좀만 더 가보자.”

그 말에 딸은 짜증을 내면서도 계속 걸었어요.


계속 걸었어요. 구글맵을 보면서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맞게 가는 건지.

나중에 보니, 괜히 한 바퀴를 빙 돌아왔더라고요. 그냥 왼쪽으로 가면 되는 길을 오른쪽으로 가서 다시 왼쪽으로 꺾었다가 또 왼쪽으로 꺾었으니.......

빨 짓 한 거였어요.


7분이면 갈 거리를 30분 정도 걸었나 봐요.

너무 더웠어요. 인도가 얼마나 더운지 아마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암튼, 그 식당을 찾았어요.

Kori’s restaurent

인증 샷도 찍었어요.


현지인들이 많더군요. 식당이 현지인들 마을에 있어요. 골목으로 쭈욱 들어가야 나오죠. 이걸 찾아낸 내가 대견합니다. 가격은 다른 한인 식당에 비해 반 가격이에요. 엄청 싸죠? 그런데 맛도 반이에요. 엄청 맛있진 않아요.

그래도 싼 값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또 문제내요.

왜 한번 갔던 길이 또 헷갈리는지......

이해 안 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전 심한 길치에 방향치입니다.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방향을 못 잡겠어요. 이쪽인지 저쪽인지 헷갈려요. 방향감각이 전혀 없어요.

운전을 했다면 아마 네비도 잘 못 봤을 것 같아요.


다행히도 아이들이 기억을 하네요.

“엄마, 이쪽 같아. 아까 이 건물 봤었어.”

아이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아는 길까지 나올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었어요. 아이들은 집에 가서 먹겠다며 손으로 들고 갔죠. 집에 도착해서 보니 다 녹아버렸네요.

아이스크림 먹을 생각에 참고 엄마를 따라다녔는데, 남은 건 고작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라니..

봉지 안에선 물이 되어버린 아이스크림과 막대가

둥둥 떠다녔어요.

.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딸아이의 코에서 코피가 터졌습니다. 그것도 쌍코피로요.

휴.....


지도 못 보는 엄마 때문에 아이들만 고생했어요.

다음부턴 혼자 다니겠다고 다짐했어요.


혼자 길 찾고 헤매고 걸어 다니는 것은 추억이 될 수 있겠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새로운 가족이 생겼어요.